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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中 관계 악화일로 속 “당당한 대응”… 외교는 승패 아닌 득실

입력 | 2023-06-13 00:00:0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마련 방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공공외교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무례한 언행을 두고 한중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당당한 외교’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어제 “중국의 고압적 언행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정책의) 색깔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중 고위급 교류와 관련해서도 “열려는 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한중 갈등은 이제 양국 정부 간 기 싸움, 자존심 다툼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우리 외교부가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관 직분을 망각한 내정간섭성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자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 초치로 맞대응했다. 갈등의 근원이 중국 측의 오만하고 고압적인 행태에 있는데도 한국을 얕잡아보며 긴장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다. 한동안 수그러졌던 중국식 힘의 외교인 ‘늑대 외교’ 본색을 한국을 향해 다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중국에 정부가 ‘당당한 외교’를 강조한 것은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대응일 것이다. 중국은 북핵 억제를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온갖 치졸한 보복 조치를 동원했고, 이후 문재인 정부와의 외교적 봉합 이후에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을 유지하며 한국을 길들이려 했다. 이런 비상식적 행태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상호존중의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오만을 꺾을 원칙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자존심 외교가 국내의 반중(反中) 정서에 편승한 강경론 일색으로 흘러가면 그 역풍이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이런 강경론이 대중국 외교를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의 연장전 양상을 띠는 것은 우려할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도 ‘주변 4국과의 당당한 협력 외교’를 내세웠지만 일본에만 당당하고 북한 중국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전임 정부와 전혀 다른 길이 또 다른 패착을 예고하는 길이 돼선 안 된다.

외교 정책이 국내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국민 눈높이도 정책 수립의 중요한 기준이다. 그렇다고 정치와 여론에 외교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당당한 결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철저한 손익 계산에 입각한 정교한 전략, 나아가 국민적 공분 한편에 있는 불안감을 덜어내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다. 외교는 득실을 따지지 승패를 가리지 않는다. 이제 한중이 냉정하게 긴장 수위를 낮추면서 진지하게 해법을 찾아가는 진짜 외교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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