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검찰, 기밀반출 기소 파장
트럼프 분장하고… “트럼프는 무죄” 1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분장을 한 그의 지지자가 플로리다주 팜비치 인근 도로에서 ‘트럼프는 무죄’라는 문구를 붙인 차를 운전하고 있다. 차 뒤편에는 14일 77번째 생일을 맞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축하하기 위한 생일 축하 문구와 성조기도 부착했다. 팜비치=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당시 기밀문서를 반출하는 등 37개 혐의로 8일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당한 후 미 사회의 분열 양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올 3월 뉴욕주 맨해튼 지검이 그를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을 위한 문서 조작 등 집권 전 34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연방검찰까지 정치적 동기로 기소했다며 반발했다. 일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맞서기 위한 무력 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반면 집권 민주당 지지자와 야당 공화당 일부 대선 주자는 거듭된 사법 위험에 직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자격이 없다며 “경선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정당한 수사”라는 의견과 “정적(政敵) 탄압”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3월 맨해튼 지검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연방검찰의 기소 또한 지지층 결집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 48% “기소 당연” vs 47% “정치적 기소”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9, 10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그렇다”고 답했다. 46%는 “그가 선거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47%는 “이번 기소가 정치적 동기로 이뤄졌다”고 답해 이번 사태를 두고 완전히 엇갈린 미 여론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은 아예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친트럼프 성향인 케리 레이크 전 애리조나 주지사 후보는 9일 “나와 동지 대부분은 미국총기협회(NRA) 카드를 소지한 회원”이라며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했다. 보수 선동가 피트 산틸리 또한 같은 날 “내가 해병대 사령관이라면 모든 해병대원에게 ‘바이든 대통령을 픽업트럭 뒤칸에 집어넣은 후 백악관에서 내보내라’고 명령할 것”이라는 막말을 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윌리엄 바는 11일 “나는 그렇게 많은 문건이 거기(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있었다는 것과 그 문건의 민감성에 놀랐다”면서 “연방검찰의 주장이 절반만 사실로 확인돼도 그는 끝났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 중인 에이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도 기소 당일인 8일 “진행 중인 형사소송은 경선에 큰 방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사퇴를 촉구했다.
● 13일 법원 출두… 유세장 방불케 할 듯
트럼프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CBS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7∼10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 61%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당내 지지율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불과 23% 지지를 얻었다. 팀 스콧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나머지 주자들은 아예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주자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를 달렸다.
그는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두하기로 했다. 전 세계 언론의 열띤 취재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이 자리가 그의 유세장을 방불케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판을 주재할 에일린 캐넌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연방판사로 지명했으며 친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