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농업-광물개발 등 경협 확대 ‘아랍·中 비즈니스 콘퍼런스’서 발표 서방국가들 우려에 사우디 “무시”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12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제10회 아랍-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리야드=신화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자국 방문을 마치고 떠난 다음 날 중국과 대규모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의 밀착을 우려하는 서방 국가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통신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투자부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 첫날인 11일 10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 투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아랍·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는 아랍 국가들과 중국이 모여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틀간 열리는 이 행사에 중국과 아랍 국가의 정부 및 기업 관계자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체결된 대부분의 투자 계약은 사우디와 중국 간 경제 협력 관련 프로젝트다. 사우디 투자부는 중국 전기차 및 자율주행업체 휴먼허라이즌스와 56억 달러 규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양국은 5억3000만 달러 규모의 제철소 건설과 5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구리 광산 프로젝트 추진 관련 협정에도 서명했다.
사우디와 중국의 경제·외교적 밀착은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소원해지며 생긴 안보 공백을 중국을 통해 메우고 경제적 이익도 취하겠다는 계산에서다. 중국 역시 미국과 사우디가 멀어진 틈을 타 중동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중동의 맹주 사우디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현재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무역국이다. 사우디와 중국 간 지난해 무역액은 1061억 달러(약 136조8500억 원)로 전년 대비 30% 늘었다. 사우디가 중국과 교류 협력에 나서면서 지난해 아랍 국가와 중국 사이 무역 규모 역시 전년 대비 31% 늘어난 4300억 달러(약 554조6100억 원)에 달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번 사우디 방문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비전 2030’과 관련해 “사우디 정부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면 정책 추진이 더욱 성공적일 것”이라며 인권을 강조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