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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부활” 타석에 성수 뿌리고 어머니는 새벽기도

입력 | 2023-06-13 03:00:00

키움 이정후의 부진 탈출기
사우나서 몸에 소금 뿌리기도
3할대 복귀… “더 치고 나간다”



5월에 머리를 짧게 자른 키움 이정후(오른쪽)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팀 동료 이원석과 포옹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DTD’는 한국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표현이다. ‘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약자로 2000년대 중반 김재박 당시 현대 감독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문(非文)이지만 의미가 명확해 지금도 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반대편에 있는 말로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는 표현도 있다. 이정후(25·키움)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 최다안타, 타점, 장타율, 출루율)에 올랐던 이정후는 타격 폼을 바꾼 올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4월 타율이 0.218(87타수 19안타)에 그쳤다. 4월 22일 SSG전 4타수 무안타로 시즌 타율이 0.19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5월 들어 반등하더니 6월 11일 KT전에서 4타수 4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타율 3할대로 올라섰다. 12일 현재 타율 0.304(230타수 70안타)를 기록 중이다. 6월 10경기에선 타율 0.500(38타수 19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정후는 11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을 것 같아서 사우나에서 몸에 소금도 뿌려보고, 배트를 마사지 건으로 두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가 성당에서 성수를 가져다주셔서 안방인 고척스카이돔 타석에 뿌려보기도 했다”고도 했다. 이정후는 심기일전을 위해 머리를 짧게 깎고 수시로 특타를 했다. 그는 “특타는 (타격감이 살아난) 5월 중순까지 했다. 이후로는 체력이 떨어질 것 같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도움도 컸다. 이정후는 “어머니가 나 때문에 매일 새벽 기도를 했다. 모든 패턴이 나에게 맞춰져 있다”고 했다. 아버지인 이종범 LG 코치도 “서두르지 말고 순리대로 하면 곧 네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정후는 “3할에 그칠 게 아니라 더 치고 나가야 한다. 지난해보다 잘하는 게 목표다. 올해 좀 늦었지만 지금의 감을 후반까지 유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이정후는 12일 발표된 2023 프로야구 올스타전 베스트12 팬 투표 1차 집계에서 50만2241표를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후보인 이정후는 총 투표 수 96만5475표 중 절반 이상을 얻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