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가아파트 위주로 거래 늘어 전세가율 높은 광양-포항 대표적 취득세 감면 기다리는 투자자들도 “무자본 갭투자, LTV로 규제해야”
12일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3.06.12. 뉴시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수하는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더 많이 떨어지며 이른바 ‘갭’(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이 줄어든 저가 아파트 위주로 자신의 돈은 거의 들이지 않는 ‘무(無)자본 갭투자’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예전처럼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가 또 다른 전세사기나 역전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투자모임을 운영 중인 김모 씨(40)는 “2021년경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2배가량 올라 1억5000만 원이 됐던 아파트가 최근 1억 원까지로 내려 전세가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며 “갭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반등 분위기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법안 통과 등이 맞물리면 ‘무자본 갭투자’가 다시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국회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취득 시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2주택까지 폐지하고, 3주택 이상 및 법인의 중과세율을 절반으로 인하하는 법안이 올라가 있다. 김형석 김&정 세무회계사무소 대표세무사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방안의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다”며 “취득세가 줄어들면 투자하겠다는 다주택자들이 꽤 있다”고 했다.
무자본 갭투자를 지금이라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방 저가 단지들이 시장 침체 때 매매가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이는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금은 엄연한 부채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주택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무자본 갭투자를 정부가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