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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서 솟아오른 별들… 더 빛날 일만 남았다

입력 | 2023-06-13 03:00:00

U20월드컵, 이스라엘에 져 4위
‘잘해야 16강’ 무관심 속 4강 쾌거
3골 4도움 이승원, 브론즈볼 수상
우루과이, 이탈리아 깨고 첫 우승



이승원(8번)이 12일 이스라엘과의 20세 이하(U-20) 월드컵 3, 4위 결정전 전반 24분 1-1을 만드는 페널티킥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에서 공격 포인트 7개(3골 4도움)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남자 대회 한국 선수 최다 공격 포인트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 3위에 해당하는 브론즈볼을 받았다. 라플라타=뉴스1


“(20세 이하)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도 선수들이 주목받지 못해 속상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사령탑 김은중 감독은 12일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4위로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렇다 할 스타 선수가 없어 이른바 ‘골짜기 세대’로 불린 이번 대표팀은 무관심 속에서 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잘하면 16강’ ‘아주 잘하면 8강’ 정도라던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 감독은 “(4강이라는) 값진 성과가 있었고 선수들이 (스스로를) 증명한 대회였다.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한국은 이날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대회 3, 4위전에서 1-3으로 졌다. U-20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의 성과를 낸 대표팀은 14일 귀국한다.

이번 대회 대표팀엔 2017년 한국 대회 때의 이승우(수원FC) 백승호(전북), 2019년 대회 때의 이강인(마요르카) 같은 걸출한 스타 선수가 없었다. 대표팀 엔트리 21명 중 17명이 국내 프로축구 K리거인데 소속 팀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는 공격수 배준호(대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린 수비수 최석현(단국대)을 포함해 대학생 선수도 2명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선수비 후공격’에 무게를 뒀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공수 전환과 역습을 무기로 삼았다. 모두 톱니바퀴처럼 잘 짜여 돌아가는 탄탄한 조직력이 갖춰져야 가능한 전술이다.

3, 4위전에서 1-1로 따라붙는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주장 이승원(강원)은 공력 라인의 핵심이었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에서 공격 포인트 7개(3골 4도움)를 기록했다. FIFA 주관 남자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쌓은 최다 공격 포인트다. 2019년 대회에서 공격 포인트 6개(2골 4도움)를 작성한 이강인(마요르카)을 넘어섰다. 이승원은 이번 대회 브론즈볼을 수상했다. 한국 남자 축구 선수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개인상을 받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론즈볼을, 2019년 U-20 월드컵에서 이강인이 골든볼을 받았다. 이승원은 “동료들의 희생과 도움 덕에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과 살려야 할 장점을 잘 파악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U-20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성큼 성장했다는 건 한국 축구에 큰 소득이다. 골키퍼 김준홍(김천)은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수비수 김지수(성남)는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뛰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이번 선수들이 내 첫 제자들인데 1년 6개월 동안 성장한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U-20 월드컵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