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국제평화硏 현황 분석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핵탄두가 전년보다 86기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70%인 60기는 중국에서 늘어난 것이다. 북한도 5기 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3년 연감’에서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올 1월 기준 1만2512기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 1만2710기에서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래전 제작돼 해체될 것을 빼면 실제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9490기에서 9576기로 86기 늘었다. 이 가운데 60기(70%)는 중국에서 증가한 것이다. 중국 보유 핵탄두는 350기에서 410기로 1년 새 17% 급증했다.
중국이 2019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의 모습. 10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둥펑-41의 최대 사거리는 약 1만5000km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 신화 뉴시스
세계 핵무기 90%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전체 재고는 지난해 5977기에서 올해 5889기로 88기 줄었지만 사용 가능 핵탄두는 4477기에서 4489기로 12기 늘었다. 미국의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는 3708기로 변화가 없었다. SIPRI는 러시아가 올 2월 미국과의 핵 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뒤 양국 모두 핵전력 관련 투명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영토 밖 벨라루스에 다음 달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보유 핵탄두는 30기로 1년 전보다 5기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SIPRI는 “북한이 실제 조립한 핵탄두는 30기 정도이지만 50∼70기를 만들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북한이 2017년 이후 추가 핵실험을 하진 않았지만 핵무기를 국가안보 전략 핵심 요소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댄 스미스 SIPRI 소장은 AFP통신에 “전 세계적인 핵무기 감소 추세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미스 소장은 핵보유국 간 긴장과 불신이 커지고 의사소통 채널이 사실상 닫히면서 오해나 사고 위험이 극히 커졌다며 “핵 외교를 회복하고 핵무기 국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