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귀포시 해안가 갯바위에서 발견된 무태상어 사체.(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최근 제주 해상에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알려진 상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도민 사이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발견이 비교적 드물 뿐 제주대학교 연구 결과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상어 종수만 25~3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수온 상승 여파로 열대·아열대 해역에 살던 상어가 우리나라 쪽으로도 서식지를 넓히며 향후 개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년 만에 나타났던 상어…3년새 제주바다 매해 출몰
‘제주 상어 소동’으로 가장 최근 보도된 사례는 2019년 7월 100여 명이 물놀이 중이던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였다. 당시 1~2m 크기의 상어가 나타나며 2시간 동안 물놀이가 금지됐다. 2011년 8월 우도 서빈백사에서 청새리 상어가 발견된 이래 8년 만이었다.이제 제주에서 상어를 목격하거나, 직접 잡았다는 시민 신고 간격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서귀포 해역에서 2019년과 2020년 단 한 건도 없던 상어 발견 신고는 2021년 1건, 2022년 2건, 올해 들어 현재까지 2건 등 3년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부시리를 잡던 낚시객이 살아있는 무태상어를 잡아올린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서귀동 갯바위에서 1.2m 길이의 무태상어 사체가 발견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서귀포 해상에서 선상낚시객이 2.2m 길이의 청상아리를 잡았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되기도 했다.
2019년 7월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에서 출현한 상어. 사진은 안전요원이 촬영한 상어 출현 모습.
●해수온 상승에 상어 종수 늘어…만나면 움직임 최소화해 피신해야
제주 해역에서 상어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해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와 해양개발로 인한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 변화가 꼽힌다.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사는 상어들이 우리 해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하고 있어 출몰 사례 역시 자연히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상어 전문가인 최윤 군산대학교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는 “30년 전 우리 해역에 분포하는 상어는 37종이었는데 현재 49종까지 늘었다”며 “제주도가 가장 남쪽에 있다 보니 눈에 띄게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상어들이 해수온 상승에 따라 점차 올라오면서 개체 수나 종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어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일종의 방어벽 역할을 하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 환경 변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엽 제주대 해양과학대학교 교수는 “몇 년 사이 해상풍력 단지 등 수중 구조물이 늘고 레저활동이 증가하며 남방큰돌고래 서식지가 편중되고 있다”며 “상어 방어벽 역할을 해온 돌고래 서식환경이 변화하며 빈틈으로 상어가 출몰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제주에서 발견된 상어의 경우 먼저 자극하지 않는 이상 공격성을 보이지 않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아무리 죽은 상어라 해도 날카로운 이빨이나 거친 피부에 다칠 수 있어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
최 교수는 “무태상어 등 낚시로 잡히는 흉상어과는 사람이 먼저 도발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며 “청상아리의 경우 보편적으로 위험하지만 오징어 등을 먹고 살기 때문에 해수욕장 쪽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깊은 먼 바다에 서식한다”고 말했다.
서귀포해경 관계자는 “상어류·고래류 등의 사체를 발견한 경우 즉시 가까운 해경에 신고해 달라”며 “살아있는 상어를 발견하면 물장구를 세게 치지 않고, 움직임을 최소화해 물 밖으로 피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