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정성호 의원,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등 참석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정책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6.13/뉴스1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그간의 반(反)재벌 기조에 대한 자성론이 13일 나왔다. 산업 대전환 시대에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반재벌, 반오너경영 기조를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 정책 세미나 인사말에서 “공정과 성장은 함께 가야 하며 서로 이질적인 것이 아니다. 공정한 거래 질서 속에서 성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김 의원과 정성호·송기헌·유동수·박정·김병주·이병훈 의원 등 13명이 속한 ‘글로벌기업 국제경쟁력 강화 민주당 의원모임’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했다.
이어 “그러나 공정이라는 두 글자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정을 뛰어넘어서 지금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국회와 민주당이 지원할 부분이 있으면 지원하는 것이 제1당과 국민 대중정당으로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산업은 미래산업의 중추이지만 우리의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나서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재벌 일가의 사익편취, 불공정거래, 문어발식 확장을 비판해 왔고,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수십 년간 재벌 체제를 비판해 왔지만, 경쟁력 있는 산업은 결국 그분들이 경영하고 있다”며 “무조건 잘못된 경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대전환 시대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며, 중장기 전략과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어떤 거버넌스가 유효한 힘을 발휘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민주당이 마치 반기업으로 보이는 모습을 탈피하고 실용적이고 유능한 정당,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희망과 기대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정성호 의원은 “우리가 재벌체제, 오너 경영이라고 비판하지만, 한국의 정서, 역사·문화와 국민성이 결부돼 기업문화가 형성돼 삼성과 같은 일류기업이 나온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염려됐던 폐해는 많은 국민들이 노력을 해왔고, 제도적·법적으로 많이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축사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가 된 것은 이건희 선대 회장의 과감한 리더십의 결과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반도체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파고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어 “해외 각국의 정부 당국자나 경쟁기업들을 만나보면 한국을 향한 질시와 견제를 많이 느낀다”며 “그런데, 국내에서조차 삼성을 견제의 대상처럼 보는 시선을 느낄 때는 참 뼈 아프다. 우리 국민만은, 그리고 우리 정치권만은 응원을 실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토론에 나선 남영호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 체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어느 체제가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오너쉽이 없는 유럽의 전자산업은 대부분 망했다. 하지만 미국의 IT 기업은 창업자가 직접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경영체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너가 없는 공기업은 전문 경영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경영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영이나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오너경영의 오너들은 끊임없는 혁신과 기업가정신 추구, 후계자 육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오너경영 체제이며, 경영 성과도 오너 경영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