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보복’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 등을 놓고 연초부터 위태로웠던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외교 갈등이 결국 폭발한 모양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과 관련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가 ‘내정간섭’에 가까운 발언을 한 사실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로 그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직접 겨냥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2.11.16 대통령실 제공
외교가에선 한중 양국 간의 이 같은 갈등 양상이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중국과의 ‘당당한 외교’를 강조하며 과거 문재인 정부의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미중 양국 간 전략적 패권경쟁이 심화돼온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이유로 경제·안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의 접촉면을 넓혀온 사실도 결과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 또한 제시된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한중 간 갈등 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싱 대사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면서 그간 진행돼온 한중 외교당국 간의 각종 ‘물밑 조율’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이 조기에 재개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가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당시 이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주한미군의 사드가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우리 측을 상대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각종 보복 조치를 발동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사드 사태 때는 중국이 유례없는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양국관계가 안 좋아졌다”며 “현재는 중국이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적지만 관계 회복은 더 어려울 수 있다. 양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싱 대사가 1박에 1000만원 상당에 이르는 국내 최고급 숙박 시설을 무료로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따른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