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범죄 조직원 체포현장. 강원경찰청 제공
불법 대부업체에서 25만 원을 빌린 50대 A 씨는 며칠 후 44만 원을 갚기로 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그가 갚아야 할 돈은 1억5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법정이율 20%의 250배에 달하는 5000% 이상의 살인적인 고리가 붙었기 때문이다. 변제가 어려워진 A 씨는 불법 대부업체 조직원들이 가족과 직장동료를 협박하자 결국 가출해 숨어 지냈다.
13일 강원경찰청은 이른바 ‘강실장 조직’으로 불리는 불법 사금융 범죄조직원 123명을 붙잡아 총책 장모 씨(30) 등 10명을 범죄 단체 조직과 가입·활동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인터넷 대부중계 플랫폼에서 ‘연체자, 누구나 대출 가능’ 등의 불법 광고 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최고 5000% 이상의 고금리를 받아 37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압수물품 사진. 강원경찰청 제공
자녀를 출산한 부모에게는 아기 사진을 보내며 살해 위협까지 했다. 여러 조직원이 번갈아 가며 수십 통의 욕설 전화를 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습 협박 행위를 일삼았다. 여성 채무자들을 상대로는 성폭력성 협박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박 과정에서 “신고해 봐야 잡히지 않는다”며 조롱했고, 대출금 변제를 완료한 피해자에게도 추가 이자나 연체료 등을 명목으로 협박을 지속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정신 치료, 극단적 선택 결심, 이혼 등의 가정 파탄에 이르렀다.
한 30대 피해자는 이 조직으로부터 대출받은 15만 원을 시작으로 한 달 만에 5000만 원 상당을 돌려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변제 과정에서 조직원의 갖은 협박에 시달려 유산, 자궁암 발병을 호소했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총 131명으로 확인됐다.
불법사금융 범죄조직 ‘강실장’ 조직 및 운영구조. 강원경찰청 제공
대포폰·대포통장·대포 차량은 대출 피해자들에게 채무탕감이나 이자 상계 등을 빌미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수사망이 좁혀오면 미리 포섭한 하위 조직원에게 대가를 주고 변호사도 선임해 주며 조직 총책으로 가장시켜 허위로 자수하게 했다.
경찰은 8개월간 범죄계좌 310여 개와 대포폰 330여 개 등을 분석해 조직원들을 특정했다. 경찰은 지난 3월 22일 서울에서 해당 총책을 구속하며 현금 1억 원 상당을 현장에서 압수하고, 범죄수익금 30억 원 상당을 추징 보전 신청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불경기로 촉발된 고금리 시기에 제도권 대출이 여의찮던 서민 피해자들은 강실장 조직에 현혹돼 소액 단기 대출을 이용하면서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사실상 가정·직장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며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를 봐도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적극적인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