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치아는 인생의 다섯 가지 축복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치아가 건강해야 치주염, 충치 등 구강 질환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구강 질환을 앓는다. 심한 경우 치아를 뽑고 이를 대체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치아를 대체할 수단으로 잘 알려진 것이 틀니와 임플란트다. 세계 사람들은 이 가운데 주로 틀니를 쓴다. 만들고 쓰기 쉽고 쓸 때 통증도 적은 덕분이다. 저작(씹는) 능력 회복을 돕는 안전한 치과 보철물로, 틀니는 지금까지 100년 이상 쓰였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틀니보다 임플란트를 좋아한다. 틀니가 미관상 좋지 않다는 편견, 나아가 틀니에 노년층을 비하하는 엉뚱한 의미가 덧씌워진 탓이다.
봉사활동에서 소비자의 틀니를 살펴보는 한훈섭 대표(가장 오른쪽) 출처 = 덴티로드
하지만, 임플란트는 제약이 많다. 이식할 때 통증이 심하고 시술 후 회복 기간이 길다. 잇몸이 튼튼하지 않은 사람이나 당뇨, 고혈압을 앓는 사람에게는 이식이 불가능하다. 이들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은 노년층은 틀니를 쓰는 것이 좋다. 사실, 이미 우리나라 사람 630만 명이 틀니를 쓴다.
사용자의 신원, 정보를 담은 NFC 칩을 탑재한 스마트 틀니. 출처 = 덴티로드
덴티로드 한훈섭 대표는 프랑스 파리 소재 치과 학교에 다닐 때 틀니 제작 수업을 받았다. 앞서 30여 년 동안 고아원과 독거 노인,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 그는 틀니가 복지 강화와 구강 건강 확보 모두를 해결할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틀니에 씌워진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벗겨내고, 누구나 틀니로 구강 건강을 손쉽게 지키고 편의를 누리도록 도울 기술을 궁리했다.
그 결과 태어난 기술이 NFC 칩을 내장한 스마트 틀니와 스마트 틀니 케이스, 틀니 세척 키오스크다. 스마트 틀니는 틀니에 칩을 넣어 소비자의 신원(이름, 혈액형, 특징 등), 연락처를 기록하는 기술로, 덴티로드가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관련 특허도 8건 등록을 마쳤다. 새로 만들 틀니에는 물론, 이미 쓰고 있는 틀니에도 단 15분만에 칩을 이식 가능하다.
NFC 칩을 탑재한 스마트 틀니 케이스. 출처 = 덴티로드
틀니는 특성상 노년층 소비자가 주로 쓴다. 이들이 길을 잃어버리거나 응급 상황에 빠졌을 때 틀니 속 칩의 신원을 확인하면 기민하게 대응 가능하다. 노인 실종 사건같은 사회 문제의 해결을 돕는 셈이다. 각종 구강 데이터를 기록, 보존하는 역할도 한다. 이를 눈여겨본 해외 기업 여러 곳이 덴티로드와 함께 스마트 틀니의 활용 가능성을 구상 중이다.
나아가 덴티로드는 스마트 틀니 케이스,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로까지 개발의 범위를 넓혔다. 틀니 사용자들은 대부분 틀니 케이스를 쓴다. 이동할 때나 밤에 자기 전 틀니를 보관하는 용도다. 틀니 케이스에 사용자의 정보가 입력된 정보식칩을 넣으면 틀니를 언제 세척했는지, 사용자가 구강 검진은 언제 받았고 소속 요양 기관이나 병원은 어디인지 기록 가능하다.
스마트 틀니를 세척하는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 출처 = 덴티로드
덕분에 스마트 틀니 케이스는 틀니 사용자가 많은 노인복지시설, 요양시설에서도 활약한다. 틀니를 잃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의 틀니와 뒤섞여도, 덴티로드의 기술을 활용하면 손쉽게 찾는다. 건강보험관리공단 권고 사항인 구강검진 의무 기록도 한결 손쉽게 관리한다.
한훈섭 대표는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도 정밀하게 설계했다. 덴티로드의 제품은 전기분해 살균수 HOCL(치아염소산수)와 분당 1만 회 미세 진동으로 틀니를 씻는다. 물을 사용하므로, 씻고 나서 틀니에 불쾌한 맛이나 냄새가 배지 않는다. 살균 성능도 탁월하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시험 결과, 덴티로드의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의 세균 살균력은 99.99%로 나타났다.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는 다루기 쉬워, 노년층 소비자에게 디지털 경험을 전달한다. 출처 = 덴티로드
무엇보다 이 제품은 아주 다루기 쉬운 덕분에 노년층 소비자에게 디지털 경험을 전달한다. 버튼 세 번만 누르면 키오스크가 틀니를 자동으로 살균 세척한다. 한훈섭 대표는 봉사활동하던 요양원, 노인정 등에 자신이 개발한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를 시범 설치해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노년층 소비자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고, 다루기 쉽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훈섭 대표는 스마트 틀니 기술을 10여 년 동안 연구했다.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100세 시대는 이미 다가왔다. 노년층 인구는 꾸준히 늘고, 치아 건강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어난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치아 건강이 나빠진다. 그렇기에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통증도 없으며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 가능한 틀니는 아주 효과 좋은 대안이다.
한 치과에 설치된 덴티로드의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 출처 = 덴티로드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틀니를 나쁘게 보는 시선이 많다. 한훈섭 대표는 틀니의 사용 편의를 높이고 긍정적인 활용 방안을 늘리려 한다. 틀니가 사람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일 기술이라는 점을 증명하려 한다. 그러면 틀니를 보는 사람들의 편견을 조금씩 걷어낼 것으로 생각한다.
박람회에 참가해 스마트 틀니와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를 알리는 한훈섭 대표(왼쪽). 출처 = 덴티로드
이어 홍릉강소연구특구가 한훈섭 대표의 손을 잡았다. 풍부한 치의학계의 기반과 관계자를 소개하고 내과, 혈액과 등 연관 의학계와의 교류도 주선했다. 풍부한 인맥과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운영과 발전에 도움을 줄 코칭, 투자금 유치 전략도 전수했다.
이를 토대로 덴티로드는 도전 과제를 하나씩 해결한다. 가장 먼저 풀 과제는 틀니의 긍정 효과를 알리고 편견을 걷어내는 일이다. 틀니는 구강 건강을 지키는데 아주 효율 좋은 기구다. 만들기 쉽고 제작 비용이 싸며 반영구로 쓴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으니 부작용도 많지 않다. 사용자의 생활이나 구강 특성에 알맞게 설계 가능하다. 초기 통증과 3개월 가량 적응 기간만 부담하면 된다.
틀니 살균 세척 키오스크를 기부한 덴티로드. 출처 = 덴티로드
한훈섭 대표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틀니가 혁혁한 공을 세웠고 또 세울 것이라며, 이들의 장점을 적극 알릴 계획을 밝혔다. 스마트 틀니 기술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소재도 개발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틀니를 써서 한결 편안한 삶을 살도록 도울 각오도 함께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직 부족한 우리나라의 틀니 관련 제도와 정책, 제품 분류의 기준을 세우는데 힘을 실을 계획도 세웠다.
이를 현실화하려고 덴티로드는 우리나라 안팎에서 풍부한 구강 검진 레퍼런스 경험과 데이터를 쌓는다. 해외 틀니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울 지식이다. 덴티로드는 이미 올 1월 조달청 혁신 아카데미 2기를 수료했고 4월에는 중소기업추천 벤처나라에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의 조달 경력을 토대로 중국과 일본 등 선진국 틀니 시장에 세계 최초 ICT 틀니 기술을 알리고 공급을 추진한다.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투자와 나스닥 상장도 목표다.
봉사활동에서 소비자의 틀니를 살펴보는 한훈섭 대표(가장 오른쪽) 출처 = 덴티로드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