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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닛케이지수, 33년 만에 3만3000엔 돌파…도요타 5.05% 상승

입력 | 2023-06-13 17:04:00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닛케이평균주가가 13일 종가 기준 3만3000엔을 돌파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3만3000선을 넘어선 것은 거품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 7월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일본 증시는 한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형 종합상사, 자동차, 반도체 등 일본 증시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해외 자본 유입이 늘어나면서 오랫동안 움츠러든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4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한때 20%를 밑돌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50%를 넘어선 것 또한 증시 훈풍의 덕을 봤다는 말이 나온다.


● 33년 만에 3만3000엔 돌파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8% 오른 3만3018.65엔으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를 이끈 종목은 단연 도요타자동차였다. ‘꿈의 배터리’라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해 2027년에 10분 충전으로 주행 거리 1200km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도요타 주가(2173.5엔)는 전날보다 5.05%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주가가 장중 한 때 5.5%를 넘어서며 PBR(자산 대비 주가)이 1배를 웃돌았다”고 짚었다. PBR이 1배를 초과하면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규모보다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 부를 정도로 장기 침체를 겪으며 주식이 저평가돼 왔다는 지적이 컸다. 도요타의 ‘PBR 1 돌파’는 오랫동안 일본 증시를 짓눌렀던 ‘저평가 논란’이 옛 말이 됐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증시를 끌어올렸다. 일본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물가 상승 기조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 또한 이번주 연 -0.1%인 현재의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 반도체 종목도 상승

일본 증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주목받아온 경제 기초체력에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 내수 소비 활성화, 금융완화 정책 지속 전망 등으로 주요 기업의 실적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말~올 1분기(1~3월) 대만 TSMC 주식을 모두 팔고 미쓰비시상사 등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해외 곡물 및 자원 투자에 강한 일본 종합상사들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곡물가 및 자원가격 상승 영향으로 미쓰비시상사(1조1806억 엔) 등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뒀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5월 초 1만5000엔대였던 주가가 이날 1만9900엔으로 25% 넘게 올랐다. 유명 반도체 후(後)공정 업체 어드반테스트는 최근 1개월 새 47% 이상 상승했다.

외국인 자금 또한 대거 유입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2조4000억 엔(약 24조 원) 규모의 일본 주식을 사들였다. 2013년 4월 이후 10년 만의 최대치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