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방폐장 부지 선정은 사회적 갈등 과제 해결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의미 있는 역사입니다.”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착공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1986년 경북 울진, 영덕을 시작으로 방폐장 부지 확보를 추진한 이래로 무려 약 20년 동안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사회적 갈등 해소에 마침표를 찍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흘러 이제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한 사회 갈등이 또다시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관련 특별법안이 발의되어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서, 지난 20대 국회처럼 관련 법안의 자동폐기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금할 수 없다.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논의되고 있는 여야 3개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안과 김영식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안)은 지난 10년에 걸쳐 두 차례의 사회적 공론화 결과와 2016년 정부에서 제출한 법안 그리고 민주당 우원식 의원안을 토대로 지난 7년여 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완한 법안들이다. 부지 선정 절차에 있어 주민투표와 지방의회의 동의에 대한 근거 조항을 마련하여 지역 수용성을 높였고,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설치 절차에 대한 세부적이고 명확한 근거 조항을 마련하였으며, 고준위 방폐장에 건설될 중간저장시설의 완공 즉시 사용후핵연료를 이전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나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거의 다 반영한 것으로 고준위 방폐물 관리와 부지 선정 절차 및 유치 지역 지원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담고 있어 내용 면에서도 매우 완성도가 높은 법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여야 의원들도 법 제정의 필요성 면에서 거의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제는 결단만 남았다.
지금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도 약 40년 이후에나 고준위 방폐장이 운영되는 만큼 더 이상의 관망과 지연은 불필요하다고 하겠다. 혹여 미진한 내용이 있거나 잘못된 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다시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만큼 먼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후에 개정 보완하면 된다. 1986년 방폐장 부지 확보를 추진한 이래로 약 40년이 흘렀다.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여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해 하루라도 빨리 원전에 임시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이전하는 것이 원전 소재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맞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 21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마련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주실 것을 방폐물 관리 전담 기관의 기관장으로서 간곡히 요청드린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