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양형위 “법정형 상향 추진” 대검 “중기 기술탈취 피해도 보호” 5년간 해외유출 93건, 25조 피해 평균 형량은 2년새 3.1개월 줄어
2016년 6월 국내 대기업 A사에 재직하던 상무 B 씨는 국가핵심기술인 3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기술 자료를 포함해 총 47건의 핵심 자료를 외부로 반출했다. 검찰은 B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수원지법은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산업기술보호법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내 핵심 기술 문건을 폐기하지 않은 채 중국 회사와 취업 계약을 진행한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임원 C 씨도 2019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근 국가 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이어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기술 보호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세부 처벌기준 정비 논의는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도 13일 “영업비밀 침해 범죄 등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없애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중소기업 기술 탈취 피해 보호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특히 2019∼2022년 선고된 기술 유출 사건 중 실형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평균 형량은 2020년 징역 18개월, 2021년 16개월, 2022년 14.9개월로 오히려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대검과 특허청은 올 4월 양형위에 ‘기술 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 제안서’를 내기도 했다.
대검 관계자는 “초범이 많고 피해 규모의 산정이 어려운 기술 유출 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양형위와 형량의 가중, 감경 요소 및 집행유예 판단 기준 개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