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수남씨, 신체 기증…5년전 기증 등록 실천
젊은 시절 머나먼 타국에서 일하며 가족을 뒷바라지한 80대 아버지가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집 뒤뜰에 쓰러져 있다가 발견된 박수남(80)씨는 충북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고 이틀 뒤 인체조직 기증으로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100여 명의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
충북 음성에서 삼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고인은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었다. 남에게 싫은 소리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젊은 시절 가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 하느라 자식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마음의 짐이라며 가족들을 더 따뜻하게 대했다고 한다.
고인의 아들 박종화 씨는 “어릴 적 손해 보더라도 참으라고 하고, 본인도 남들에게 쓴 소리 한 번을 안 하는 아버지가 밉기도 했다”면서 “자식들이 혹여나 다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천사가 있다면 아버지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착하기만 하셨다”면서 “하늘나라에서 마음 편히 잘 지내시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씨의 인체조직기증을 도운 차지연 코디네이터는 “삶의 끝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소중한 생명나눔의 가치를 실천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께 감사드린다”며 “숭고한 생명나눔의 결정이 아름답게 잘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