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러시아에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군사 물자 또한 고갈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생에 비해 얻은 이익은 매우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13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러시아가 근본적으로 전쟁을 그만두지 못할 것이며, 그 이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FP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엘리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왜곡된 인식에 근거해 독단적으로 전쟁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가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까닭에 대해 FP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푸틴에게 수많은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중단할 때 새로운 위험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러시아 엘리트가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서방에 대한 분노와 우크라이나를 인정하지 않는 인식, 러시아가 강대국이라는 믿음 등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서방과의 대결에서 얼마나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 엘리트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푸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진행되고 있으며, 누구도 이에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에겐 이번 전쟁이 이득이다. 그가 평시에 추진하려 했던 일련의 정책들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년 동안 러시아는 아시아와의 협력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전쟁으로 이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을 거쳐 인도양으로 연결되는 철도부터 10년 넘는 협상 끝에 이제야 가시권에 들어온 중국으로의 가스 파이프라인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시아 중심 교통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게 됐다.
1990년대부터 미국 달러와 서방 금융 시스템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는데, 전쟁 이후 이 목표도 급속도로 빠르게 이루고 있다.
2022년 1월 90%에 육박하던 달러 또는 유로화 결제 러시아 수출 비중을 같은 해 12월 50% 이하로 낮추기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극적인 사건이 필요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 내부에선 이를 두고 분열의 조짐도 보인다. 이는 잠재적으로 유럽과 미국 간 새로운 긴장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FP는 꼬집었다.
대러 제재의 하나로 시행한 러시아 중앙은행 외화보유액 동결 조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다른 목적으로도 자국 통화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불을 지폈다. 무엇보다도 푸틴 대통령의 전쟁은 서방과 중국 간 관계도 분열시켰다. 이외에도 브라질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미국과 유럽에 더욱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당장 중단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사실상 없다. 만약 전쟁을 끝낸다면 대러 제재가 완화되고 러시아의 국제적 입지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결국 푸틴 대통령 자신과 러시아의 역사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FP는 분석했다.
요컨대 전쟁을 끝낸다면 이후 필연적으로 이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가 뒤따르기 마련인데, 아무리 권위주의가 팽배한 러시아라고 해도 국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모한 비용과 희생에 침묵할 리 없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없어진 이상 이러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강제로 억압할 명분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그만둘 수 없다. 실제로 징병제 강화부터 시작해 무기 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달 동안 푸틴 대통령이 내린 결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전쟁을 그만두겠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푸틴 대통령이 사망하거나, 쿠데타로 실각하더라도 희망은 없어 보인다. FP는 “러시아에 친서방 성향의 지도자는커녕 민주적 성향의 지도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오히려 푸틴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후계자들이 뒤를 이으리라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