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선관위 채용비리 실태 전수조사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14/뉴스1 ⓒ News1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조사를 놓고 14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권익위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관련 권익위의 전수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선관위는 “기관 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보여지며, 권익위 실태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엔 변함없다”고 맞받아쳤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관위가 권익위의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고 비협조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취지로 선관위를 비판했다.
정 부위원장은 “권익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선관위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권익위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감사원 감사를 회피해 국민들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꼼수였냐”라고 꼬집었다.
선관위는 전날 오후 늦게 유선으로 “감사원과 감사 범위를 협의 중에 있다”며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조사 우려를 제기했다. 이후 다음 날 오전 공식으로 조사 거부를 통보했다고 한다.
정 부위원장은 “선관위가 감사원의 전면적 감사를 거부하면서 나아가 권한쟁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권익위도 감사원의 감사 시작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권한쟁의를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선관위의 조사 거부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미 몇 주전부터 예고해 시행한 것인데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했다”며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에 대해 권한쟁의를 신청해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조사 중복을 이유로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명분을 갖고 조사를 피해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다.
선관위는 또 “이에 선관위 또한 감사원의 감사와 권익위의 조사 범위 등이 중복되므로 양기관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현재 감사원이 중앙 및 시·도 현장 감사를 실시 중인 상황에서 권익위의 현장 조사 협조요청은 감사원의 감사 범위 등과 중복되므로 기관 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보여지며, 권익위의 실태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권익위로부터 자료제출 요구가 들어와있고 감사원에서도 실무적으로 감사과와 협의·조율하는 단계에 들어가 사실상 감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지속적으로 권익위 자료제출과 감사원 감사 관련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9일 전원회의를 열고 감사원 감사에 있어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문제에 한해서만 한정적으로 감사를 받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앞서 지난 2일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임을 이유로 들어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권익위 조사에는 협조하겠다”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