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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전태일재단, 1981년 이래 첫 후원 행사 연다

입력 | 2023-06-14 14:25:00



재정난에 시달리는 전태일재단이 출범 42년 만에 처음으로 후원 행사를 연다. 그간 저임금 근로자와 재정이 열악한 노동조합 등을 지원해 온 재단은 “현재 방식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전태일재단은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고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81년(당시 ‘전태일기념관 건립 위원회’) 구성됐다.

14일 재단은 15일 오후 6시 반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제1회 후원의 날 ‘태일이네 문을 열다’를 연다고 밝혔다. 그간 재단은 방송작가, 대리운전, 라이더, 제화, 아파트 경비, 청년 근로자 등을 조합원으로 둔 노조나 공제회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재단에 따르면 매달 재단 운영비, 사업비, 지원비 등으로 2500만 원이 나간다. 하지만 매달 들어오는 정기 후원금은 1700만 원 수준이다. 재단은 “그간 부족한 재원은 개인, 노조 등의 특별후원금으로 채워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전태일 기념관’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전태일 재단’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봉제거리 안쪽에 있고, ‘전태일 기념관’은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에 있다. 재단이 기념관을 서울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하지만, 기념관 관련 돈이나 수익은 재단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재단과 기념관이 서로 별개인 셈. 재단은 “서울시에서 수탁받아 운영하는 전태일기념관 관련 예산은 재단 운영에 한 푼도 쓰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창신봉제거리에 있는 전태일재단. 전태일재단 제공


재단을 이끄는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에 따르면, 재단 직원들은 재단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본인들의 임금도 인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회가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자고 했지만, 직원 본인들이 스스로 ‘그럴 수 없다’며 임금 인상을 거부한 것. 한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초 전태일재단 이사회가 열렸다. 예산안을 심의하며, 이사들이 사무국 직원 임금을 5% 인상하라고 주문했다. 그랬는데 사무국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있으면 전태일재단 문을 두드리는 노조와 공제회 등에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임금을 올리라는 이사들과 올릴 수 없다는 사무국 사이에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사들은 사무국의 뜻을 꺾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동계 원로인 한 사무총장은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상생(相生)임금위원회에 노동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위원회에 참여했지만, 이 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으로부터 재단 사무총장직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 한 사무총장은 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을 지냈다.

재단은 이번 후원 행사를 통해 후원자와 재단 공동 이름으로 불안정 노동 단위에 지원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이 지원 대상이다.

재단은 “전태일은 돈이 많아서 배곯고 일하는 열서너 살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것이 아니었다”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시다와 미싱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음의 고향인 그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바치고 산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태일재단의 운영원칙은 바로 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처럼’이다”라고 덧붙였다.


4월 동아일보와 인터뷰 중인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동아일보DB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