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늘처럼 활기가 도는 동네목욕탕을 만들 겁니다.”
13일 오후 부산 영도구 봉래탕 3층 남탕. 목욕탕이 쉬는 날인 이날 남탕에는 20대 여성을 비롯한 10여 명이 목욕 가운을 걸치거나 수건을 머리에 두른 뒤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매끈목욕연구소’의 안지현 소장은 “이용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목욕탕이 쉬는 날 이처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곳으로 거듭났다”며 활짝 웃었다.
6일 부산 영도구 봉래탕에서 개최된 동네목욕탕 활성화 프로젝트인 ‘몰래탕’을 찾은 방문객이 온탕에 조성한 볼풀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끈목욕연구소 제공
매끈목욕연구소는 동네목욕탕 활성화를 위해 13일 부산 영도구 봉래탕에서 ‘몰래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방문객이 농구공을 굴려 10개의 샴푸를 쓰러트리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게 냉탕을 개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행사를 주최한 매끈목욕연구소는 지역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업체인 싸이트블랜딩의 구성원 9명이 지난달 결성한 프로젝트 모임이다. 이들은 부산이 이태리타월(때수건)과 등밀이 기계 등을 전국에 확산한 ‘국내 목욕문화의 종가’라는 점에 주목하며, 부산에서 새롭게 정립한 목욕탕 문화를 전국에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안 소장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목욕탕 산업의 쇠락을 고민하는 일본이 시행 중인 프로젝트에 힌트를 얻어 몰래탕부터 기획했다”며 “일본은 목욕탕에서 주민 참여 요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유휴공간을 만화카페로 조성하는 등 이미 다양한 전략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버지에 이어 목욕탕을 운영 중인 이영훈 봉래탕 사장(50)은 “몰래탕 같은 이색 이벤트를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단순히 때만 미는 곳이 아니라 더 많은 주민이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매끈목욕연구소는 몰래탕 프로젝트를 지역 곳곳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안 소장은 “최근 서구의 한 목욕탕에서는 북토크 행사를 개최했다”며 “서구와 동구 등 원도심의 오래된 목욕탕에서 몰래탕 같은 재밌는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부산 영도구 봉래탕에서 개최된 동네목욕탕 활성화 프로젝트인 ‘몰래탕’을 찾은 방문객이 탈의실에서 매끈목욕연구소가 제작한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매끈목욕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