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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높은 벽 ‘설계자산’…삼성전자, 맹추격 나선다

입력 | 2023-06-14 15:02:00

IP 파트너십 강화…선두 추격 위한 추진력 얻어
TSMC의 진정한 힘은 파운드리 생태계서 나와
삼성도 생태계 협력 본격화…고객 확보에 총력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태계 강화를 통해, TSMC를 따라잡을 추진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양산을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시장 판도 변화를 못하고 있다. 그만큼 TSMC가 쌓아 올린 파운드리 역사의 벽이 굳건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설계자산(IP) 기업들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높아지는 고객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계획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생태계 강화가 고객사 확보로 이어질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전쟁, 차세대 제품 명운 쥔 ‘IP’ 주목
반도체 칩은 누가 칩을 먼저 개발해 적시에 시장에 내놓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특히 반도체 성능 경쟁으로 인해, 제한된 면적에서 복잡다단한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성능·전력·보안·디자인·집적도 등을 개선하면서 제품에 맞게 최적화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반도체 설계기업의 지상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의 특정 기능을 회로로 구현한 설계 블록인 ‘반도체 IP(Intellectual Property)’를 이용하면 제품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기존에 만들어진 IP를 재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제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3년6개월에서 5년 정도다. 하지만 IP 파트너가 보유한 IP를 이용하면 1년6개월에서 2년까지 최대 3년 이상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이때 얼마나 많은 IP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파운드리 제조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파운드리 생태계, 대만 TSMC의 진정한 힘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는 이미 파트너 연합인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pen Innovation Platform, OIP)’를 2008년 구축해, 고객의 제품 조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OIP는 IP기업, EDA(설계자동화기업), 디자인하우스 등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종사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이다. 지난해 기준 OIP는 37개의 IP(설계자산) 기업, 16개의 EDA(전자설계자동화) 기업, 21개의 디자인하우스(DCA), 8개의 VCA(Value Chain Aggregato)로 구성된다.

그동안 OIP는 TSMC가 고객사와 끈끈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OIP는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을 통해, 참여 기업들이 보유한 다양한 IP를 호환시켜 고객사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한다. IP의 활용은 TSMC는 물론 파트너사 수익으로도 이어진다.

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고객 대신 암(Arm) 등 대형 IP 회사들과 협상해 고객사의 로열티 사용료를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고객사는 물론 IP 업체들도 TSMC와 장기간에 걸친 협력을 원하는 이유다. TSMC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확보한 IP 포트폴리오만 5만5000개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37.5% 급증한 것이다. 또 TSMC의 고객수는 지난해 532개로, 삼성전자(100여 곳)보다 5배 많다.

◆삼성도 생태계 협력 본격화…장기 협력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 강화를 통해 TSMC에 대적할 막강한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협업에는 세계 3대 IP 업체인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등도 참여했다. 이들 상위 3개 업체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파운드리 생태계 프로그램인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를 출범하며,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난해 10월 기준 56개 설계자산(IP) 파트너와 함께 4000개 이상의 IP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 여기에 이번 IP 포트폴리오 확장에는 3나노부터 8나노 공정까지 활용할 수 있는 수십여 종의 IP가 추가로 포함된다.

삼성전자는 이어 이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세너제이에서 파트너, 개발자, 그리고 고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을 열고 파트너십 모색을 더욱 강화한다. 특히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최첨단 IP 로드맵을 공개해 고객사의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중장기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 컴퓨팅(HPC)은 물론 오토모티브(Automotive)·모바일(Mobile) 등 전 분야의 고객들에게 필요한 핵심 IP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팹리스 고객을 유치하고 모든 고객에 대한 개발 지원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TSMC 잡는다…삼성, 고객 확보 사활
삼성전자의 IP 확보 노력은 앞으로 더 많은 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수는 지난 2021년 기준 100여 곳으로, 2017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또 선단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바탕으로 고객수를 더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 수가 2027년까지 5배 이상으로 늘어나면 TSMC에 견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모바일부터 AI(인공지능), HPC(고성능 컴퓨팅),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등으로 고객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암바렐라(Ambarella)’와의 협력도 발표했고, 지난 5월에는 ‘스타트업의 천국’ 이스라엘에서 열린 ‘칩Ex 2023’ 행사에 참여해 3나노 공정 등 높은 성능을 구현할 최신 반도체 기술도 소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신종신 부사장은 “글로벌 IP 파트너는 물론 국내 IP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해 고객이 원하는 혁신 제품 개발과 양산을 더 쉽고 빠르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