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 속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디아블로4’가 출시됐습니다. 얼티밋 에디션이나 디럭스 에디션 등 특별한 버전을 구매한 경우 얼리 액세스 혜택으로 6월 2일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니 게임이 출시된 지 약 2주가량 지난 셈입니다.
디아블로4 로고
5일 만에 6억 6천 6백만 달러
그런데 이 2주 사이에 정말 엄청난 일들이 있었습니다. 디아블로4는 출시 5일 만에 6억 6천 6백만 달러(한화 약 8,451억)의 판매액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블리자드 게임 중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또 디아블로4의 성역으로 뛰어든 게이머들은 이미 2억 7,600만 시간, 즉 30,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디아블로 즐긴 것입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임 출시 이후 PC방 이용량이 급증해, PC방 게임 통계 서비스 ‘더로그’ 6월 2주 차 주간 리포트에서 PC방 이용 점유율 3위를 기록하며 9계단 뛰어올랐습니다. 오랜만에 PC방 시장에 활기가 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지난 7일에는 얼리 액세스 첫날인 2일부터 게임을 즐긴 한 게이머가 스스로 응급실에 다녀온 것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이 게이머는 더 레벨을 올리지 못한 자신의 체력과 몸을 한탄했다고 합니다.
디아블로4+버거킹 콜라보
익숙한 맛과 새로운 맛
게이머들은 이번 디아블로4의 인기 요소로 ‘익숙한 재미’를 꼽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는 맛’이 잘 먹힌 것이죠. 여기에 이번에 새롭게 적용한 시스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그리고 이번 디아블로4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MMO(다중 접속) 게임으로 설계했습니다. 이전 디아블로 시리즈의 멀티 플레이는 4명 정도가 모이는 방을 만들고 함께 즐기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반면 MMO 요소가 도입된 디아블로4에서는 수십 명의 게이머가 같은 맵에서 모험과 사냥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이전 디아블로처럼 친구들과도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고요. 이런 시스템은 이전 디아블로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레벨이 달라도 같은 맵에서 사냥하고 이벤트를 즐기면서, 보스 사냥까지 나서는 재미가 게이머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게임 내 스킬을 자신의 입맛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같은 캐릭터를 육성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전투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데요. 아이템 하나만 바꾸더라도 전투 스타일이 바뀔 수 있습니다. 여기에 노드 선택 등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선택지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디아블로3 왕십리 행사
2000년대 PC방에서 시작한 인기가 지금까지
디아블로4 인기의 요인은 더 있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2000년 출시된 ‘디아블로2’, 2012년 출시된 ‘디아블로3’ 등을 거치며 탄탄한 팬층을 구축했습니다.2000년대 PC방의 주 이용객이었던 10~20대는 디아블로2에 푹 빠져 시간을 보냈습니다. 디아블로2 전체 판매량이 750만 장 정도인데 국내에서만 300만 장이 넘게 팔렸다고 하니, 당시 디아블로2의 인기가 국내에서 얼마나 높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 10여 년이 흘러 등장한 디아블로3에도 게이머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20년 10~20대였던 이용자들은 어느새 20~30대가 되어 더 탄탄한 구매력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대표적인 사례가 디아블로3 발매 당시 서울 왕십리에서 진행한 구매 이벤트입니다. 판매를 예고한 전날 새벽부터 사람들이 모이면서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죠. 당연히 많은 사람이 모여 통제가 되지 않아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옥의 악마를 무찌르는 게임의 특성을 살려 팬들은 ‘헬십리’ 사건으로 부르며 지금도 회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디아블로4 헬스테이션 이벤트
개발사인 블리자드도 이러한 인기에 보답하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및 의류 브랜드와의 콜라보 등을 진행하며 게이머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팝업 스토어도 오픈했는데요. 아울러 출시에 앞서서는 서울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역사 내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무시무시하게 꾸며 ‘헬스테이션’라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디아블로는 이제 그저 게임의 영역을 넘어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입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