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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조현범, 첫 재판서 ‘200억대 횡령·배임’ 혐의 부인

입력 | 2023-06-14 16:59:00

첫 공판서 수십장 PPT 띄워 공소사실 반박
"MKT 단가, 변동사유 충분…이익 차이 없어"
리한 대여금 혐의도 반박 "경영 행위 일환"
"수입차는 테스트용…매출 증가 관련있어"




200억원대 횡령·배임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구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의 첫 정식 재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조 회장 측은 수십장에 걸친 PPT를 통해 혐의를 적극 반박했는데, 회삿돈 유용 혐의와 관련해서는 특수성을 감안해 배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 외 3명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구속 상태로 재판 중인 조 회장은 이날 황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한국타이어 소속 부장과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타이어 법인 등에 대한 재판도 함께 진행됐다.

조 회장 측은 PPT 자료를 토대로 수시간에 걸쳐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 사이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해 MKT에 유리한 단가 케이블에 기초해 현저히 높은 가격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MKT는 한국타이어 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는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었지만, 주주 배당을 통해 조 회장에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64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기간 한국타이어가 131억원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 측은 단가 테이블이 물가 인상 등에도 십수년간 동일한 가격으로 산정됐고, 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전체 거래 금액은 차이가 없다며 배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격 변동 사유가 충분했고, 실제 영업이익 차이가 현저하지 않은데 이를 특이한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MKT를 인수한 것은 피고인 조현범 등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기술 정보 제공, 기술 유출에 대한 손실 우려 등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의 참여로 MKT 인수 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누렸다”며 “결국 피고인의 지분 참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책임경영, 리스크 분담 이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조 회장 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5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법인 명의로 외제차를 구입·리스하고, 개인 이사·가구비를 대납했으며, 사적 친분에 근거해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의 경영 악화를 알면서도 무담보로 계열사 자금을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피고인은 기존의 대여뿐만 아니라 자구 노력, 1차 협력사의 특성 등을 고려해 리한에게 변제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배임으로 볼 수 없다”며 “본건 대여 이전 지속적인 상환 관계에 근거해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차와 1차 협력사 간 상호의존성은 심한 상황으로, 협력사의 위기가 곧 현대차의 위기”라며 “(대여는) 채무 초과 상태의 기업에게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신뢰 하에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 측은 차량 구입 등에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배임 혐의 성립 등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 특성이 차량 부품과 연관돼 있는 만큼 마케팅으로 쓰인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사비용 등 일부 비용은 변제했다고도 했다.

변호인은 “회사 소유 테스트카를 일부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일반적인 기업이 슈퍼카를 사적으로 보유하는 것과는 달리 평가할 부분이 있어 배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국타이어는 테스트용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보유하고 있고, 프리미엄 전기차 타이어 매출이 증가한 것은 피고인의 테스트카 사용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하는 만큼 구속 기한 내 신속한 심리를 예고했다. 지난 3월9일 구속된 조 회장의 구속 기한은 오는 9월 말까지다.

한편 조 회장은 대표 지위에 있던 2019년 11월에도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1심은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을 거쳐 판결은 확정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