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소재 전경련 회관 전경. © News1
#1. 국내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는 이른바 ‘3% 룰’이다. 대기업 주도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생긴 조항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이 같은 조항을 가진 나라는 한국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조항은 위헌 판정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50년 전 재벌 일가의 지배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 2023년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7년, 2021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계열회사들의 사업 추진 내용을 일일히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공정거래법상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 공지, 국외 계열회사 관련 공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사업 전략을 더 많이 노출해야 해 불리하다고 호소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규제 수준이 갑자기 크게 오르는 구조인 ‘한국형 규제’ 시스템에 대해 재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같은 날 한 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산총액 5000억 원을 넘어서면 126개 규제가 추가 적용되고 5조 원이 되면 65개 규제,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8개가 추가로 적용된다.
내용별로는 이사회 구성과 출자 규제, 최대 주주 의결권 제한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가 171개(50.0%)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의 경우 1987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 인수 금지, 지분취득 제한 등 진입·영업규제가 69개(20.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정된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30.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년 된 규제도 전체의 25.1%였다. 전경련은 이 같은 환경의 영향으로 OECD 가입국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쟁 글로벌 기업과 달리 추가적인 규제 부담을 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법은 과거 순환출자형·피라미드형 등의 지배구조 방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한 신생 기업의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집단의 최상위 회사를 특정하고 해당 회사의 최대주주를 동일인으로 특정해 규제하는 방식이 최근의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쿠팡 같은 외국인 최대주주의 사례에 맞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