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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실적부진-인력유출 ‘이중고’

입력 | 2023-06-15 03:00:00

폭락-파산 등 대내외 악재에 수난
영업익 최대 80% 줄어든 곳도
장기침체 겪으며 직원퇴사 잇따라
NFT-메타버스 등 신사업 진출도




지난해부터 루나·테라 폭락 사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기소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며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하락장)가 장기화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인력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거래소들은 수수료에 집중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1분기(1∼3월) 연결 기준 매출은 3048억9403만 원, 영업이익은 2119억1006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57%, 26.39% 감소한 수치다. 다른 거래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빗썸코리아의 매출은 59.34% 감소한 507억3375만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80.83% 줄었다. 코인원의 2대 주주인 컴투스홀딩스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코인원의 매출액도 62억3772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68% 감소했다.

거래소들의 실적이 꺾인 것은 가상자산 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은 영향이 크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2만8032.26달러(약 3584만 원)에 거래됐다. 2022년 같은 시점(4만7034.97달러)보다 40.40% 하락한 수치다. 이렇게 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거래도 탄력을 받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반적인 가상자산 가격이 지난해 1분기보다 낮기 때문에 거래량도 그때만큼 나오지 않아 실적이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들의 인력 유출도 심화되고 있다. 빗썸은 지난달 30일 출범 1년 만에 빗썸경제연구소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빗썸 관계자는 “대내외적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사업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산하 리서치센터의 이미선 전 센터장은 4월 위메이드로 자리를 옮겼다. 고팍스는 지난해 말부터 20여 명이 퇴사해 현재 100여 명 규모의 조직으로 쪼그라들었다. 고팍스 측은 고파이 사태 해결, 조직 내부 정상화 등의 이유로 충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파이는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지난해 FTX의 파산 여파로 운용사 제네시스가 인출을 중단한 후 고객 자금 566억 원이 묶여 있다.

하반기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거래소들의 상장 비리,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이어지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1일 표준 내부통제기준 및 가상자산사업자 윤리행동강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는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들은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두나무와 하이브가 합작하여 설립한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기업 ‘레벨스’가 대표적이다. 다른 거래소들도 거래 수수료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NFT, 메타버스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떨어지면서 가상자산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거래소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