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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박중현]민주당은 어떻게 ‘폐급 정책’의 집합소가 됐나

입력 | 2023-06-14 23:48:00

임대차법·타다금지법 후보 수두룩
현실 동떨어진 ‘경제학 상식’ 때문



박중현 논설위원


깡통전세, 역전세난, 전세사기…. 부동산 시장에서 나오는 우울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3년 전인 2020년 7월 30일 국회 본회의장.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대차 2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경제 전문가의 반응은 대체로 ‘저게 좋아할 일인가’ 하는 거였다.

폭격과 함께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경제학자들이 꼽는 게 가격통제다. 주택 공급은 부족한데 전세 갱신계약을 의무화하고, 전세금 인상 폭을 5%로 묶으면 벌어질 일은 불 보듯 훤했다. 법 시행 후 전셋값은 어김없이 폭등했다. 불과 8개월 뒤 2021년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원내대표는 정책 실패를 고개 숙여 사죄했다. 그래도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대패였고, 그해 말 전셋값은 정점을 찍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역전세난은 당시 빚을 내 빌라 전세라도 얻어야 했던 세입자들의 안간힘이 만든 후폭풍이다.

지난 며칠 사이엔 민주당 전·현직 원내대표들 간의 입씨름이 벌어졌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했던 경영진은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019년 통과시킨 ‘타다 금지법’이 혁신의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이 커지자 박광온 원내대표는 “타다의 승소는 국회의 패소란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는 반성문을 냈다. 모빌리티 혁명에 역행한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던 법이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했던 박홍근 전 원내대표는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폄훼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요즘 민주당의 정책 테이블엔 제2, 제3의 임대차법, 타다 금지법 후보들이 쌓이고 있다. 조만간 본회의에 올린다는 노란봉투법은 대기업들을 상대로 수백, 수천 개 하청업체들의 파업을 일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살아 있는 이재명 대표의 트레이드마크, 기본소득은 유사한 정책이 이탈리아 좌파 정부에서 시행됐다가 과도한 재정 부담, 근로의욕 저하라는 예정된 부작용 탓에 정권이 교체된 후 대폭 축소됐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긴 했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였던 양곡법은 과거 유럽 일부 나라, 태국 등에서 실패해 폐기된 정책이다.

요즘 이 대표는 “35조 원 규모 민생회복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은 수출 감소다. 선심성 돈 풀기는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간신히 잡혀가는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 지난 정부에서 400조 원 넘게 늘어난 나랏빚을 더 늘려 국가신인도를 깎아먹을 것이란 경제 전문가들의 충고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민주당 정책이 이렇게 된 이유를 짐작게 하는 글을 문 전 대통령이 지난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는 “경제학을 전문가에게만 맡겨두면 우리의 운명은 신자유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에 휘둘리게 된다. (중략) 깨어있는 주권자가 되기 위해 건강한 경제학 상식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의 주장과 달리 문 정부의 정책들이 부정한 것은 우파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수요-공급 같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였다. 13평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며 흡족해한 그의 경제 감각과 상식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문 정부를 계승해 부작용이 불가피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폐기 처분된 정책들로 캐비닛을 채운 거대 야당은 우리 경제의 리스크 중 하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책들을 5년간 겪은 덕에 경제 상식이 부쩍 풍부해진 국민들을 10개월 뒤 총선에서 어떻게 설득하려는 걸까.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