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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공개 訪中’ 野 ‘강경 일변도’ 與… 자해적 외교행보 멈추라

입력 | 2023-06-14 23:54:00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13일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 한팡밍 회장을 만나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김태년 의원, 김 의원 왼쪽이 한 회장이다. 김 의원 오른쪽에 홍익표 고용진 의원이 보인다. 차하얼학회 트위터 계정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간섭성 언행으로 한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명이 중국을 방문 중인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들은 12일 베이징에 도착해 3박 4일간 현지 싱크탱크 및 경제, 무역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정을 진행 중이다. 정부 여당이 중국에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와중에 야당 의원들은 독자적으로 중국 방문에 나선 것이다.

한중 관계는 양국의 대사 초치와 외교부 대변인 간의 설전이 이어지면서 강 대 강 충돌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싱 대사를 엄호하며 한국 외교를 “도박꾼 심리”라고 비판하는 등 신경전이 악화일로다. 이런 민감한 때에 민주당 의원들이 비공개로 중국 방문길에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 두 달 전부터 추진한 일정이고 한중 관계 개선을 모색한다는 취지라지만, 결과적으로 친중 성향의 야당을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갈라치기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다.

정부 여당의 대응이 강경 일변도로 흘러가는 것도 우려스럽다. 일부 의원들은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대사가 깽판 치면 안 된다” 같은 표현으로 비판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싱 대사를 구한말 조선에서 ‘상왕 노릇’을 하듯 국정을 농단했던 위안스카이에 비유하며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특정국 대사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양국이 치고받는 레벨이 최고위급으로까지 치달을 경우 그 외교적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의 고압적 태도에 맞서 상호 존중의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외교 정책은 초당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여야는 엇갈리는 행보로 자중지란을 자초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식의 내부 분열은 중국만 도와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야당 의원들은 중국이 일방적 주장을 내놓을 또 다른 판을 깔아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용만 당하는 일이 없도록 외교 행보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여당 또한 한중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국익이 손상되지 않도록 단호하되 차분하게 대응 수위를 조절해 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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