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 온라인 지면 1면 캡처
올해는 일본 간토(關東) 대지진이 발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일본으로서는 재난 대책의 중요성을 일깨운 메이지유신 이후 최대의 국난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일본 군경과 무장 민중이 자행한 참혹한 조선인 대학살의 역사로 기억된다. 그런데 보수우파 성향의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가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이례적으로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13일 자 1면에 게재한 연재물 ‘간토 대지진의 교훈’ 5회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각지에 결성된 자경단이 일본도와 도끼로 무장하고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중앙방재회 보고서를 인용해 “지진 사망자와 실종자 10만 명 중 1∼수 %가 이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한일 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조선인 희생자 수는 6661명이다.
요미우리의 이날 보도는 재난 상황에서 가짜정보의 폐해를 경고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국수주의 파도’가 거센 가운데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일본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2017년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유감의 뜻 표명’을 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확정한 바 있다. 요미우리가 인용한 보고서는 이 같은 입장을 확정하기 직전 정부 사이트에서 삭제돼 ‘과거사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간토 대학살 사건은 일본 가해의 역사 중에서도 실상이 철저히 가려진 역사다. 일본 정부가 진상 규명을 외면하는 사이 일본에서는 “학살은 없었다”거나 “오히려 조선인이 가해자”라며 지우고 왜곡하는 역사적 퇴행이 일어나고 있다. 조선인 대학살은 문명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최악의 범죄이자 ‘혐한 운동’의 근원이다. 일본이 간토 대지진 100년에서 얻는 교훈이 여전히 재해 대책의 중요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 왜곡과 지우기라는 일본 사회의 잘못된 물꼬를 돌려놓은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