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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한국은 방역 모범국답게 ‘보건외교’ 리드해야”

입력 | 2023-06-15 03:00:00

이종구 의학한림원 감염병대응위원장



이종구 의학한림원 감염병대응위원장


6월 1일부로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었다. 대형 의료기관에서 마스크 쓰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권고와 자율에 의존하는 방역체계로 전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6일자로 국제보건위기를 해제한다고 선언했다. 미국도 역시 보건위기 선언을 종료한 바 있다. 일본도 위기 단계를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수준으로 낮추어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코로나19 위기 완화 조치는 치명률이 풍토병화(엔데믹) 수준으로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계는 다음 유행에 대비해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먼저 ‘각자도생’식으로 WHO의 권고를 무시한 결과 현행 국제보건규칙은 더 이상 금과옥조가 아니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금주부터 시작된 정부 간 협의 기구 4차 회의에 올라온 초안 법령은 내년 5월 WHO 총회 채택을 목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간 재난적 감염병으로 인한 △국경의 폐쇄 △인적 교류의 중단 △무분별한 도시 봉쇄 △장기간의 격리 △인권과 인종 차별 △주요 방역 전략물자의 수출입 통제 △병원체의 공유 △백신과 치료제의 국가 간 형평성 △지식재산권 △각 나라의 분담금 △고질적 예산 부족과 저소득국 의료 지원 부족 등 많은 문제들의 개선책이 담겨 있다.

130여 년 지켜져 온 관습법인 국제보건규칙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새로운 조약에 담는 일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들이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다. 조항마다 많은 이해가 걸려 있다. 국제보건안보와 건강권 확보라는 명분도 있다.

최근 유명한 학자들이 세계적 학술지인 랜싯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을 통해 바이러스의 근원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며 실험실의 안전, 인수 공통 감염병 예방과 항생제 내성 출현을 막기 위한 원헬스(One Health) 체계 도입 등을 주장했다.

특히 NEJM에서는 우리나라의 초기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한 신속한 추적과 격리를 매우 중요한 교훈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권과 형평성이 후퇴된 현 보고서 초안을 비난하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는 명분과 실리를 다 얻어야 한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모든 사람의 건강(Health for All)을 위해 미래의 국제공중보건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고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의 묘비명은 우리나라가 주요 7개국(G7)을 넘어 G8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우리의 경험을 새 조약을 만드는 데 적극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국가답게 세계의 보건외교를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종구 의학한림원 감염병대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