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후 파괴-약탈 위험 폴란드-獨 거쳐 佛 루브르에 전시 伊도 예술품-문화재 보호 동참
우크라이나의 희귀 성화인 ‘성 세르기우스와 바커스’ 성화. 루브르박물관 제공
우크라이나 희귀 성화(聖畫·Icon)들이 러시아군 미사일 세례를 뚫고 비밀리에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무사히 옮겨져 전시됐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소실이나 도난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 박물관과 미술관 소장 문화재들은 유럽 다른 국가로 ‘구조’돼 보호받고 있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국립 보흐단-바르바라 하넨코 미술관이 소장한 성화 5점이 14일부터 루브르박물관에서 ‘신성한 이미지의 기원’이란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그리스도와 성모 그리고 성인(聖人)을 그린 성화는 동방 정교회에서 성스러운 작품으로 여겨진다.
전시작은 6세기와 7세기 초 제작된 이집트 시나이 사막의 성(聖) 카타리나 수도원 성화 4점과 13세기 말 또는 14세기 초 콘스탄티노플(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제작된 성 니콜라우스 모자이크화다. 이 성화들은 루브르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된 다른 우크라이나 성화 11점과 함께 지난달 은밀하게 폴란드와 독일을 거쳐 이송됐다.
올렉산드르 트카첸코 우크라이나 문화부 장관은 이날 루브르박물관에서 “(러시아가) 우리 유물을 훔치고 문화유산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세계 유산 일부인 우크라이나 문화가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 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에 의한 우크라이나 문화재, 예술품 약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러시아군은 남부 헤르손 미술관에 난입해 유물과 예술품 수백 점을 훔쳐 크림반도 심페로폴로 가져갔다. 약탈된 물품에는 에카테리나 여제 고문을 맡은 정치인 그리고리 포촘킨의 유골도 포함돼 있다. 이 작품들은 심페로폴의 콘서트홀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빈협약에 따라 전쟁 상대국 문화재 약탈은 전쟁범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예술품 및 문화재 보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베네치아 박물관은 지난해 4월 리비우 국립 미술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소장 작품의 손상을 막기 위해 특수보호직물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당시 베네치아 박물관 측은 리비우 미술관이 소장한 미술품 6만5000여 점과 조각상 2000여 점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