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국가대표 임종훈의 전진 첫 대결서 완패… 디테일 차이 느껴 두 번째는 풀세트 접전 끝 패배 “세 번째 만남에선 크게 웃어야죠”
남자 탁구 국가대표 임종훈이 4월 14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단식 4강에서 세계 1위 판전둥(중국·작은 사진)을 상대로 서브를 넣고 있다. 자신의 롤모델인 판전둥과 최근 두 차례 맞대결하며 기량을 끌어올린 임종훈은 9월 항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남자 탁구 국가대표 임종훈(26·한국거래소·세계랭킹 11위)이 10년 넘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경기가 열린 건 올해 3월 15일이었다. 임종훈은 이날 자신의 롤모델이자 세계랭킹 1위 판전둥(26·중국)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그랜드 스매시 단식 16강전에서 맞붙었다.
이날 임종훈이 한계를 인정하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임종훈은 판전둥에게 33점을 내주는 동안 10점밖에 따내지 못하면서 0-3(3-11, 2-11, 5-11)으로 완패했다. 임종훈은 “‘탁구 그만두고 탁구장 차려야 하나’라는 말이 입 밖으로 절로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로부터 30일이 지난 4월 14일 임종훈은 WTT 챔피언스 단식 준결승에서 판전둥과 두 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았다. 그러나 내용은 달랐다. 임종훈은 세트 스코어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3-3 동점을 만든 끝에 결국 3-4(8-11, 6-11, 11-5, 10-12, 11-8, 11-6, 9-11)로 석패했다. 판전둥이 세계랭킹 5위권 밖 선수와 7세트까지 경기를 치른 건 2020년 3월 5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임종훈은 백핸드 드라이브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포핸드에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다는 뜻이다. 판전둥도 이를 놓치지 않고 포핸드 쪽으로 계속 공을 보내며 임종훈을 괴롭혔다. 그러나 임종훈은 ‘1cm 접근법’으로 이 약점을 이겨냈다.
임종훈은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입스(yips·알 수 없는 정신적 이유로 경기력이 떨어지는 현상)가 찾아와 포핸드 드라이브를 하루에 2개 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그전에는 하루에 150개도 칠 수 있었다”면서 “그래서 어떤 공이든 백핸드 드라이브로 응수할 수 있도록 학창 시절 내내 백핸드 드라이브 연습에 매달렸다. ‘백핸드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백핸드로만 탁구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임종훈은 2015년 실업팀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뒤로 포핸드 특훈을 시작했다. 임종훈은 “‘하루 1000번씩 1만 번을 해봤는데도 안 되는 일은 포기해도 된다’는 글귀를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포핸드 스윙을 1000번씩 연습했다. 2년간 이어진 이 개인 특훈은 2017년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 복식 은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단체전 은메달, 같은 해 폴란드 오픈 단식 우승 등의 성과로 나타났다. 임종훈은 장우진(28·미래에셋증권)과 짝을 이뤄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 복식에서도 2회 연속(2021, 2023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 메달보다 판전둥과 맞붙었던 두 경기가 내게는 의미가 더 컸다.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아시아경기에서 판전둥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엔 그를 꼭 꺾어보겠다. 첫 대결은 완패했고, 두 번째는 비등했으니 세 번째 만남에선 이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