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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락사무소 폭파 447억 배상을” 北에 첫 손배소

입력 | 2023-06-15 03:00:00

16일 청구 만료 앞두고 제기
원고 법무장관… 피고는 김정은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중단 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6.14/뉴스1


정부가 3년 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북한에 대해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4일 제기했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낸 건 처음이다. 정부는 연락사무소 청사에 대해 102억5000만 원, 인근 종합지원센터에 344억5000만 원 등 총 447억여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을 낸 원고는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자 김정은’이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북 간 상호 존중과 신뢰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행위”라고도 했다.

정부가 이번에 소송을 한 건 북한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손해배상 청구 가능한 기한이 이달 16일 만료돼서다. 민법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기한을 손해를 알아차린 날로부터 3년으로 제한한다.

북한이 소송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 법원이 북한 책임을 인정해도 판결 집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 이행을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다. 다만 법원이 국내에 있는 북한 재산 일부를 정부에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할 가능성도 있다. 민간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저작권료를 걷어 북한에 보내왔다. 이 단체는 대북 제재로 송금을 할 수 없게 된 2009년 이후부터 법원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저작권료를 공탁했다.

앞서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당국자들이 상주하는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개성공단 안에 연락사무소를 세웠다. 우리 정부는 사무소 설립에 180억여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등에 반발해 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