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6배… 100%가동 원칙 위배 1000MW 원전 4기 일시중단한 꼴 “원전 성능과 수명에 악영향 끼치고 4배 비싼 태양광 구매로 재무 악화”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 설치된 96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문재인 정부 때 급증한 태양광 발전으로 인해 올 들어 원자력발전소 출력 감소가 지난해보다 약 6배로 늘었다. 전력 수요가 적은 봄철에 태양광에서 많은 전력이 생산되면서 불가피하게 원전의 발전량을 줄인 것이다. 100% 가동이 원칙인 원전의 잦은 출력 감소는 원전 기기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4배나 비싼 태양광을 한국전력이 사들여야 해 한전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올 들어 원전에 대한 출력 감소가 급증한 것은 문 정부 들어 태양광 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2017∼2022년 연평균 약 2만 개씩 늘었다. 이에 따라 일조량이 많은 날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 수요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로 올 4월 9일 낮 12시∼오후 1시에 전국 태양광 발전량은 2만1778MW로 전체 전력 사용량(5만5577MW)의 39.2%를 차지했다.
원전의 잦은 출력 감소는 성능과 수명에 악영향을 끼쳐 안전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의 출력 변동은 기준에 따라 시행하면 안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전 정비보수에 부담을 줄 수는 있다”라고 했다.
값싼 원전 출력을 줄이면서 대규모 적자를 겪는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의 구매 단가는 올 1∼5월 평균 kWh(킬로와트시)당 171원으로 원전(42원)의 4배가 넘는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전력거래소의 발전기 가동 지시에 따라 생산된 전력을 순서대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한전이 임의대로 가격이 싼 원전 전력을 더 많이 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정부 당시 무리한 태양광 발전 증설은 관련 비위행위 감찰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감사원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비리 혐의를 적발한 것과 관련해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이 전날 중앙부처 전직 간부와 자치단체장 등의 비리 사례를 대거 적발해 발표하자 공직 감찰을 추가로 지시한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임 정부의 의사결정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태양광 비리와 관련된 의사결정 라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감찰 결과에 따라 해당자에 대한 징계 요구를 할 수 있고 법 위반이 명백하면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전임 정부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태양광이 문 정부의 핵심 사업인 점에서 당시 정부 인사를 향한 대대적인 비위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