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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없이 죽기만 기다려”…식량난에 北주민들 아우성

입력 | 2023-06-15 05:32:00

영국 BBC, 북한 주민 3명 비밀리 인터뷰
국경폐쇄에 곡물수입 중단…밀수도 막혀




북한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국경을 폐쇄한 이후 극심한 식량난이 발생해 주민들이 굶어죽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는 증언이 외신을 통해 나왔다.

영국 BBC는 14일(현지시간) 북한 내부 주민 세 명을 비밀리에 인터뷰했다며 “주민들은 식량이 몹시 귀해져 이웃들이 굶어죽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경을 폐쇄했다. 이에 중국 곡물 수입이 중단됐고, 경작에 필요한 비료나 기계 역시 공급이 멈췄다.

국경 경비대원들에게는 국경을 지나는 사람들은 누구든 사살하라는 취지의 명령이 내려졌고, 식량 등 밀수도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식량 공급이 줄어들자 주민들은 말 그대로 먹을 것이 없어지는 상황에 놓여진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 살고 있는 여성 A씨는 BBC에 자신이 알고 있는 세 가족이 집에서 굶어죽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고 했다.

북중 접경 지대에서 건설 일을 하고 있는 남성 B씨도 식량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써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코로나 때문에 죽을까봐 두려웠지만, 이후 죽을 정도의 굶주림을 걱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C씨는 국경 지대 밀수가 불가능해지자 수입이 사실상 사라졌고, 가족들은 말 그대로 먹을 것이 없어졌다. 사람들은 배고픔에 이웃집에 음식을 구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부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문도 돌고있다고 한다. A씨는 BBC에 생계가 불가능해져서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산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북한이 1990년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당시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 수백만명이 사망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다.

북한 정권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B씨는 친구의 아들에게서 최근 여러차례의 비공개 처형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매번 탈북을 시도하던 3~4명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매일 사는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번 잘못했다가는 처형된다”며 “우리는 꼼짝없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BBC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같은 실태를 알고 있으면서도 핵무기 프로그램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