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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회계 공시 안하면 세액공제 제외”

입력 | 2023-06-15 11:07:00

고용노동부,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세액공제는 세금으로 노조 지원하는 것…투명성 필요"




정부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시 시스템을 만들고, 양대노총 등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대형 노조의 경우 공표하지 않으면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40일간 각각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우선 시행령 개정안에는 노조에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회계 공시 시스템에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합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고 미가입 근로자들에게는 노조 선택권과 단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노조는 직전 회계연도 결산결과를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게 하고, 매해 4월 30일까지 신설되는 공시 시스템에 공표할 수 있다. 새로운 회계 공시 시스템은 오는 9월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해당 시스템에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는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질 전망이다. 공시 대상은 조합원 1000명 이상의 양대노총 등 대형 노조들이다.

현재 조합원들이 내는 노조비는 노조의 회계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세액공제 대상이다. 하지만 노조비를 제외한 병원·학교 등 공익법인의 경우 회계 결산결과 공시를 하는 경우에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기부금 간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고용부는 “노조비 세액공제 혜택은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노조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개정 시행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2024년 4월 30일까지 2023년도 결산서류를 공시한 노조 조합원들만 내년도 회비 납부분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노조 회계를 감사하는 ‘회계감사원’의 자격도 구체화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5조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회계감사원에게 6월에 1회 이상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이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회계감사원의 구체적인 자격이나 선출 방법은 따로 적시하지 않아 ‘깜깜이 회계’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개정안은 회계감사원 자격을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정했다. 또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조합원의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조합원이 노조 재정 운영에 더욱 관심을 갖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는 등 건강한 노동운동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고 우리 사회에서 역할과 영향력이 커진 만큼 노조도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개정 시행령안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쳐 8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된 후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