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찾아간 동물원에서 만난 호랑이 ‘백호’는 힘없이 누워있었다. 유리판에는 ‘먹이급여가 부족해서 마른게 아니라, 2차 성장기로 정상적인 체형’이라고 쓰여 있다. 2023.6.14/뉴스1
시청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는 해당 동물원에 대한 민원글이 빗발치고 있다. 글을 올린 시민들은 낡고 좁은 시설에서 동물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현장 분위기가 담긴 사진들도 올라왔다. 시 차원의 해결책이나 동물원 폐쇄를 요구하는 글도 있었다.
한 시민은 지난 13일 올린 글에서 “2015년에도 이미 관련 글이 올라왔는데 ‘담당 부서에서 확인 한 결과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앞으로도 수시 지도 점검을 하겠다’는 이 말 한마디로 책임을 다 하셨다고 생각하신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처참한 동물들의 상태를 알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고통 속에 살았을 그들의 삶에 죄책감이 들지 않느냐”고 했다.
논란에 휩싸인 동물원은 경남에서 유일한 민간동물원으로 2013년 개장했다. 실내외에서 사자, 호랑이, 원숭이 등 30여 종 100여 마리의 동물을 사육하고 있다. 김해시와 인근 창원시를 중심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2020~2022년 사이 코로나19로 입장객이 급감해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털을 깎지 않아 다 뭉쳐 있는 알파카. 2023.6.14/뉴스1
미국 너구리(라쿤)와 오소리는 보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반복적으로 왼쪽, 오른쪽을 왔다 갔다 했다. 동물 전문가들은 이를 ‘정형 행동’이라 했다. 쉽게 말하면 스트레스로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운동 활동가 보르 베이브들로는 저서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에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동물원 동물들의 좌절감 표시”라고 했다. 이어 “움직일 공간이 너무 비좁거나, 자극할만한 흥밋거리가 충분치 않단 뜻”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가족과 방문한 A씨는 “여섯살된 딸아이가 동물들이 아파보인다며 이유를 묻는데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며 “협소한 시설도 문제지만 불안해보이는 동물들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동물원 대표는 “코로나19로 방문객이 거의 60%나 감소하며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 10명이던 직원이 4명까지 줄었지만 동물을 굶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학대하는 악덕 업주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야생 사자 수명은 15년에 미치지 못한다“며 ”삐쩍 말랐다고 하는 사자는 2006년생으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