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北 주민 3명 비밀 인터뷰
6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임진강변 마을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저어새 무리가 비행하고 있다. 2023.6.6/뉴스1
북한이 심한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굵어 죽고 있다고 북한 주민들이 밝혔다. 영국 BBC방송이 중국 접경지 등에서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과 은밀하게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14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라는 북한 남성 A 씨는 “식량 공급 부족으로 이미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식량 부족 탓에 중국으로 몰래 넘어가려다 붙잡힌 주민 몇 명은 비공개 처형을 당했다며 “(북한에) 갇혀 죽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A 씨는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 자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면서 먹을 것이 없어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죽으러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양에 산다는 여성 B 씨는 이웃집에 물을 주기 위해 찾았다가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 피터 워드는 “전면적인 사회 붕괴나 대량 기근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송한나 국제 담당 국장은 “지난 10~15년간 볼 수 없던 기근이 발생하고 있다”며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라고 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이 숨진 1990년대 초중반 ‘고난의 행군’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다.
BBC는 북한이 지난해 탄도미사일 63발 시험 발사에 들인 비용은 5억 달러(약 6375억 원)가 넘는다며 이 돈이면 연간 곡물 부족량을 메꾸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