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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뛰던 돔구장, 승리하면 불꽃쇼와 함께 지붕이 열린다[전승훈의 아트로드]

입력 | 2023-06-17 14:00:00

후쿠오카 PayPay돔 투어1







지난 7일 밤 9시반. 일본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팀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PayPay 돔. 9회 초 소프트뱅크가 요코하마 베이스타즈를 4대0으로 꺾고 승리하자 경쾌한 음악이 경기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경기장의 조명이 어두워졌다. 이어서 돔구장의 천정에서 터져 쏟아지는 붉은색, 초록색, 노란색 불꽃들. 홈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하나비(花火·불꽃놀이)’였다. 지상 68m 높이의 실내 돔구장에서 불꽃쇼가 펼쳐지다니!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었다.


이어서 굉음과 함께 천천히 돔구장의 천정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트모양으로 절반이 열린 돔구장 천정 너머로 힐튼호텔과 후쿠오카의 밤바다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돔을 한번 개폐하는 데 드는 전기료는 한화로 약 1000만 원 가량. 호크스팀이 승리를 했을 때 불꽃놀이와 함께 홈팬들을 위한 화끈한 서비스인 셈이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빅보이’ 이대호(41) 선수가 2014년부터 4번타자로 뛰며 2년 연속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팀이다. 이대호는 2015년에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대호는 지난달 28일 다시 후쿠오카 돔구장을 찾아 열띤 환호 속에 시구행사를 갖기도 했다.


1993년 4월에 문을 연 후쿠오카 PayPay돔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990년 개장한 캐나다의 로저스 센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개폐식 돔구장이다.


우리나라도 야구장에서 즐기는 치맥이 유명하지만, 후쿠오카 돔구장에는 규슈 지방의 맛집이 빼곡하다. QR코드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좌석까지 배달해주기도 한다.


  후쿠오카 돔구장에서 파는 요리 중에는 ‘명동식당’이라는 한국어 간판을 내건 곳도 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팀의 선수와 감독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도시락도 판다. 감독의 도시락이 가장 비쌀 줄 알았는데 아니다. 감독과 코치 얼굴이 들어간 도시락은 2000엔인 반면, 4번타자 호타준족 외야수 야나기타 유키의 도시락은 2300엔으로 가장 비싸다.


10kg짜리 통을 등에 지고 다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손짓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무릎꿇고 호스를 꺼내내 컵에 생맥주를 따라준다. 미식(美食)을 즐기며 야구경기와 치어리더, 마스코트의 다양한 쇼까지 즐기는 야구장은 거대한 디너쇼 극장을 방불케했다.


일본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구단이 홈구장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것은 후쿠오카 PayPay돔 밖에 없다. 한국계 일본인 기업인인 손정의가 인수한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홈구장을 직접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좌석을 다양하게 변형시켜 기업 스폰서들에게 마케팅용으로 판매해 재정자립도는 높였다. 야수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코카콜라석은 그물망이 없어 헬멧을 쓰고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누워서 볼 수 있는 비치 파라솔 좌석


해변의 의자처럼 파라솔 밑에서 누워서 볼 수 있는 좌석도 있고, 명란젓 회사와 증권사가 협찬해 독특하게 꾸민 좌석도 있다. 매일매일의 경기도 기업 스폰서의 이름을 붙여주며, 시구는 연예인이 주로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그날의 스폰서 기업의 회장이나 사원대표가 시구를 한다.

유명 명란젓 회사 스폰서 좌석


후쿠오카 돔구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장애인석이었다. 구석에 마지못해 만들어놓은 좌석이 아니라 내야가 잘 보이는 위치에 널찍한 테이블과 좌석이 함께 있었다. 의자를 접거나 옮길 수 있어 휠체어 전동차를 탄채 장애인도 야구를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후쿠오카 PayPay돔 장애인석. 


4만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은 관광객들을 위한 돔투어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 파리, 베를린의 오페라극장이나 뉴욕, 런던의 뮤지컬 극장에 가면 백스테이지 투어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돔투어는 ‘돔만끽 코스’와 ‘어드밴처 코스’로 나뉜다.


‘돔만끽 코스’는 투수들이 워밍업하는 불펜 연습장, 선수들의 락커룸, MVP시상식이나 입단식이 열리는 기자회견장, 경기장의 잔디를 밟아보고 선수들의 타격, 수비연습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 있는 원정팀 덕아웃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선수와 감독이 대기하는 곳을 축구에서는 벤치라고 하는데 야구에서는 왜 ‘덕아웃(dug out)’이라고 부를까? 해설해주는 가이드가 이렇게 설명한다.
“야구에서는 투수의 볼을 포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에 그라운드보다 약간 낮은 자리에서 감독과 선수들이 대기하는 것이죠. 그래서 ‘덕(dug·파내다)’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는 내야의 인조잔디였다. 보통 인조잔디는 선수들이 슬라이딩했을 때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고, 비가 올 경우 미끄럽다는 단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천연잔디를 선호한다. 그런데 소프트뱅크 홈구장의 인조잔디를 자세히 보니 천연잔디와 거의 다름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구장 관계자는 옛날 버전의 짧은 인조잔디와 리모델링한 현재의 인조잔디를 비교해주는 모형을 갖고 설명했다. ‘필드터프’로 불리는 현재의 롱파일 인조잔디는 길이가 약 6.3mm로 길었다. 잔디는 4.4mm 높이의 푹신한 소재가 감싸고 있는데, 위에 노출된 부분은 천연잔디처럼 부드럽게 이리저리 눕게되는 형태였다.


어드밴처 코스를 택하면 돔의 천장까지 올라가볼 수 있다. 투어를 신청한 관람객들에게는 안전을 위해 플래시가 장착된 헬멧과 목장갑을 나눠준다. 이어서 ‘백스크린’ 뒤쪽의 좁은 계단 통로를 올라간다. 후쿠오카 PayPay돔의 백스크린인 ‘호크스비전’은 점보제트기 3대를 세워 둔 것과 같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계단을 타고 지상 35m 지점에 올라서니 돔 구장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곳에서 지상 68m 돔구장 천정으로 올라가는 계단(캣워크)이 있다. 불꽃놀이 장인이 경기 1시간 전부터 불꽃 장치를 들고 올라가 대기하는 통로다. 장인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천청에 대기하며 불꽃놀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승리를 기원한다고 한다.


돔구장 천정으로 올라가는 계단. 불꽃놀이 장인이 이용하는 통로다.


1만2000톤 무게의 육중한 지붕이 열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지름 약 21m인 세 장의 지붕이 돔 둘레를 따라 이동하며 전부 열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0분이다. 면적만해도 5900평이나 되며, 두께 4m에 이르는 지붕 한 장의 무게는 4000톤으로 사람이 천천히 걷는 속도로 움직인다. 평소에는 지붕을 닫은 채 경기를 하다가 날씨가 맑고,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 날, 홈팀이 승리했을 때 뚜껑이 열린다.

돔구장 중앙 최상단 부분. 홈팀이 승리하면 불꽃이 터져나오는 곳이다.


불꽃놀이 장인이 걸어가는 천장행 통로는 관람객은 갈 수 없다. 대신 허리를 낮춰 개구멍을 통과하니 돔의 바깥으로 나아가는 길이 나왔다.


통로 옆으로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있는 레일이 놓여 있었다. 돔구장이 열릴 때 사용하는 레일이다. 돔구장 밖으로 나아가니 비가 내렸다. 돔의 거대한 곡선의 홈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린다. 이탈리에 피렌체에 갔을 때 보았던 두오모 성당의 돔지붕처럼 아름다웠다. 어떻게 중세시대에 이렇게 거대한 건축물 위로 둥근 곡선의 지붕을 얹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지금보고 있는 돔구장은 지붕이 열리고 닫히기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지붕 바깥으로 나가니 후쿠오카 앞바다 하카타만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랑의 종’이 매달려 있다.


연인끼리 와서 이 종을 울리면 사랑이 이뤄진다던가. 비내리는 후쿠오카의 바닷가 풍경을 배경으로 허공에 매달려 있는 종의 줄을 당겨 ‘땡땡땡~’ 치고 내려왔다.


후쿠오카 여행을 간다면 ‘후쿠오카 PayPay돔’ 투어(약 1시간)를 한 뒤 ‘보스 E·ZO후쿠오카’에서 음식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으로 걸어가 ‘후쿠오카 타워’에서 멋진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디스커버리 큐슈(discoveryKyusu)’ 네이브 스토에서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경기 할인티켓을 살 수 있다. 일본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후쿠오카 타워

후쿠오카 타워에서 바라본 노을.

후쿠오카타워에서 바라본 하카타만의 노을. 



후쿠오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