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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환경운동에 앞장선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타이

입력 | 2023-06-16 03:00:00


숲은 지구 생태계의 허파입니다. 왕가리 마타이(1940∼2011·사진)는 평생 동안 아프리카의 숲을 지키려고 무분별한 벌목에 맞서 싸우며 나무를 심었던 사람입니다. 마타이는 영국이 지배하던 케냐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케냐에는 조혼 풍속이 있었지만 먼저 학교에 다니던 오빠가 “동생은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이를 들은 어머니의 결단으로 마타이는 미국 유학을 거쳐 1971년 동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박사 학위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타이는 6년 만에 돌아온 고국에서 큰 충격을 받습니다.

독립된 조국의 지도자들마저 영국 식민지배 시절의 전철을 그대로 따르면서 산의 나무들을 마구잡이로 베어내고 있었습니다. 차와 담배, 커피 등의 작물 재배는 오로지 부유한 이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숲이 파괴돼 잦은 산사태와 건조한 기후로 인해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들어진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해졌습니다. 먼지만 풀풀 날리는 땅에서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고통받았습니다.

1977년 마타이는 파괴되는 밀림을 지키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케냐 여성위원회에 나무 심기를 제안합니다. 그린벨트 운동의 시작입니다. 이 운동은 그녀의 모국 케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가 1986년에는 범아프리카 그린벨트 네트워크로 확대됩니다. 우간다, 말라위,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에서도 성공해 이때부터 마타이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마타이는 환경운동뿐만 아니라 케냐의 인권과 여성운동, 민주화운동에도 뛰어들었습니다. 그린벨트 운동을 통해 여성들의 일자리 제공에도 힘썼던 그녀는 1998년 ‘2000년 연대’를 결성해 공동회장을 맡았습니다.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이 진 빚을 2000년까지 탕감하자는 운동이었습니다. 서구 자본으로부터 아프리카 숲이 강탈당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24년간 케냐를 지배하며 개발에 눈이 멀었던 모이 독재정권에는 밉보였기 때문에 수차례 체포되고 생명의 위협도 받았습니다.

2004년 마타이는 마침내 노벨평화상을 수상합니다. 그린벨트 운동을 통해 생태적으로 가능한 아프리카의 사회, 경제, 문화적 발전에 기여한 공로였습니다. 2011년 암으로 눈을 감았지만 ‘나무가 없으면 우리도 죽는다’고 했던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5월 초 캐나다 동부 퀘벡주에서 시작된 산불이 두 달째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은 오렌지색 연기는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까지 뒤덮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도시의 모습들이 흡사 지구 종말의 날을 연상시킵니다. 벌써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4만4000㎢의 숲이 불타 없어졌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캐나다 산불도 점점 더워지고 건조해지는 기후변화가 한몫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타이의 외침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일 때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