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은 심리치료사·사진예술가
카톡 프로필을 비워 둔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무감한 쪽일까, 민감한 편일까? 프로필 사진을 자주 바꾸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타인의 말을 더 잘 들어 주는 쪽일까, 자기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편일까? 모두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렇듯 사진을 자기표현과 상대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하지만 온라인 관계맺기가 중요해진 현대인들은 광활한 소통의 장에서 분주해진 만큼 자기 자신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자신의 행동, 생각, 감정, 무의식을 잘 모르게 되는 것 같다. 에너지가 밖으로 향해 있어 내면이 소외되기 때문인데, 다행스럽게도 ‘불편한 감정’으로 아픈 곳을 알 수 있다.
심리 상담을 하면서 “자신이 송구하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라고 말하는 내담자를 만난 적이 있다. 다소 낯선 “송구하다”는 말은 자신이 부끄럽거나 미안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뜻이었다. 그는 학력도 좋고,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이런 사람이 왜 이렇게 자신이 없을까? 바로 자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난 아직 부족해’, ‘내 진짜 모습을 남들이 알면 날 싫어할 거야’라며 자신을 구박한다. 이런 마음이 밖으로 투사되어 ‘다른 사람들이 날 싫어하면 어쩌지?’ 하면서 오랫동안 내면이 주눅 들어 있던 것이다.
자기수용의 실천법으로 내담자에게 한 달 동안 셀카 찍기 과제를 내줬다. 사진의 ‘사실성’으로 인해 직면의 효과가 크고, 깊은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섯 차례에 걸쳐 사진을 찍으며 그 경험을 글로 기록했다. 사진을 받아 보니 갈수록 표정이 미묘하게 자신감을 더해갔고, 후반부에는 활짝 웃는 모습도 있었다. 기록 내용도 ‘나 왜 이렇게 생겼지?’에서 ‘나는 이렇게 생겼구나’, 후반부에는 ‘이렇게 생긴 것도 괜찮은 걸’이라고 바뀌었다.
매일 들고 다니는 카메라를 치유와 성장의 도구로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오늘의 나,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지금의 감정, 나를 상징하는 사진, 내게 힘을 주는 사진, 나를 위로하는 사진 등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내면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기공감력을 키워 보자. 나 자신과 소통과 공감을 할 수 있어야 남에게도 잘할 수 있다.
한경은 심리치료사·사진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