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대한민국이 아무리 봐도 너무나 특이한 나라라는 것을 거의 매일 다양한 사건으로 재확인하고 있다. 요즘 눈에 자주 띄는 것은 바로 이민 현상이다. 최근 언론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조만간 이민청을 개설한다는 이야기다. 현실화된다면 진짜로 신기한 현상인 것 같다. 보통 다른 나라에는 보수보다 진보가 이민 이슈에 예민하고 더 열심히 각종 기구나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반면 보수는 이민 지원에 거의 무관심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보수 정권이 지금 적극적으로 이민청을 만들면서 이민 지원에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민 이슈는 어느 나라에서나 큰 문제들을 담고 있고, 그 문제들을 극복하려고 하면 자주 보수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반대로 보수가 이민 문제들을 적극 해결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보수와 진보가 함께 이민에 우호적인 한국의 방향성이 맞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도 있는 것 같다. 다문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시민도 적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귀화인이고, 방송 활동도 하다 보니 이민 혹은 다문화 관련 행사에 많이 초대를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의 이름에 다문화라는 해시태그가 자주 같이 올라가고, 다문화 현상에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들이 온라인상으로 필자를 찾아서 서로 토론하는 경우도 잦다. 이런 반(反)다문화 시민들과 토론을 하면서 크게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반다문화의 입장을 가진 분들과 대화하면서 제일 신기했던 부분은 필자 또한 “그러면 나도 반다문화인가?” 착각할 정도로 상대의 입장에 수긍이 갔다는 것이다. 이분들이 반대 시각을 가지게 된 계기는 주로 사회 안보 차원의 걱정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실 이런 우려는 헛된 것들이 아니었다. 공론화가 되면 필자를 비롯해 충분히 친(親)다문화 시민들도 인정하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인 것 같았다.
이 과정을 통해 몇 가지 생각이 들어서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첫째는 다문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은 개별적으로 활동하며 홀로 답답해하는 것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정부에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전달했으면 좋겠다. 귀화법이나 출입국법에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정확하게 어딘지, 어떤 법안이 필요한지 확실하게 표현되었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상상으로 괴물을 만들고, 그 괴물과 싸우는 것 같아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둘째이자, 제일 중요한 부분은 당장 빨리 다문화 현상에 대한 국가의 입장이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진보는 기본이고 보수 정치인이나 관료들까지 다문화와 이민에 대해서 너무나 긍정적인 분위기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현상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은 그리 잘 전달되고 공론화되지 않는 것 같다. 모든 사안에는 여러 의견이 충분히 공유되고 숙의 과정을 통해 서로 합의하고, 이런 것이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다문화 사회나 이민자 증가에 대해 그 양과 음이 충분히 함께 고려되고 이해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문화와 이민 이슈를 앞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시키려면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것과 함께 시민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는 일들이 많아져야 한다.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