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식 투자자들은 자신이 산 종목이 ‘천국의 계단주(株)’가 되어주길 꿈꾼다. 우(右)상향 곡선에 올라타 멈추는 일 없이 장기간 고공 행진하는 종목을 증권가에선 이렇게 부른다. 2020년 초부터 3년 넘게 코스피 상장사인 방림·동일산업·만호제강·대한방직과 코스닥 상장사인 동일금속은 이런 주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 수요일 정오를 전후해 이들 5개 종목은 별다른 이유 없이 동시에 하한가까지 곤두박질쳐 50일 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악몽을 되살렸다.
▷동반 폭락하기 전까지 만호제강은 2020년 초에 비해 315%, 동일산업이 285% 오르는 등 5종목 주가는 3년 반 전에 비해 평균 252% 상승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규모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점, 실적 개선 등 뚜렷한 호재가 없는데도 장기간 상승한 중소형주라는 점,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적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주도한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 일당이 주가 조작의 표적으로 삼았던 종목들과 여러모로 흡사하다.
▷5개 종목 중 몇몇은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B투자연구소가 집중 추천해온 종목이어서 이곳 운영자 강모 씨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과거 소액주주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강 씨는 해당 주식들이 저평가됐다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 왔다. 강 씨는 “나와 가족도 깡통계좌가 됐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어제 그의 출국을 금지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회사의 주가 흐름 이상을 포착한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연장을 거절하자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제 불과 28분 만에 증발한 5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5066억 원이다.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외국 투자가들의 한국증시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투자 의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가 조작 범죄자를 시장에서 장기간 격리시키고, 한 번만 걸려도 패가망신하도록 이익을 환수하는 법안들이 국회에 이미 발의돼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천국의 계단에 오르는 대신에 날개를 잃고 절망 속으로 추락하는 개미 투자자만 더 늘어나게 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