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번화가에서 대낮에 차에 탄 한인 부부가 총격을 받아 임신 8개월째인 30대 부인이 목숨을 잃고 태아도 숨졌다.
14일(현지 시간) 시애틀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경 시애틀 번화가 벨타운 한 교차로에 신호 대기 중이던 권모 씨(37) 부부의 테슬라 승용차 운전석 쪽으로 미국인 남성(30)이 다가와 갑자기 총을 쏴댔다. 운전석에 있던 아내 권 씨(34)는 머리와 폐 등 신체 4곳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조수석에 있던 남편 권 씨는 아내를 감싸려고 뻗었던 팔에 총을 맞은 뒤 조수석 문 밖으로 쓰러졌다.
아내 권 씨는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응급 분만도 시도했으나 8개월된 태아 역시 살리지 못했다. 남편 권 씨는 치료를 받고 14일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총격범이 “부부의 차량 안에 총기가 보여서 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입수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총격범은 권 씨 부부와 일면식도 없으며 2017년 총기 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자신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애틀 한인 매체 ‘조이 시애틀’에 따르면 시애틀 시내에서 일식당을 하는 권 씨 부부는 이날 출근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부부에게는 두 살 된 아들이 있는데 차에는 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권 씨 친구 마이클 호일은 현지 방송 키로7에 “권 씨는 정말 헌신적이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었다”며 “(숨진) 친구와 남겨진 남편, 그리고 아들을 생각하면 슬픔보다 분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