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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유전질환 이유로… 9세 아이까지 강제 불임수술한 日

입력 | 2023-06-16 03:00:00

日, ‘우생보호법’ 피해 사례 조사
48년간 수술 2만5000여건 달해
피해자들, 국가 상대 승소 잇따라




일본에서 48년간 유지됐던 우생보호법으로 인해 9세 어린이까지 강제로 불임 수술을 당했던 사실이 일본 국회의 공식 보고서에 적시됐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일본 우생보호법은 유전질환과 지적장애, 정신질환 등을 가진 사람에게 본인 동의 없이도 의사와 정부 판단으로 불임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1948년 제정돼 1996년 폐지됐다.

일본 국회는 2019년 우생보호법 피해자에 대한 일시금 지급법을 제정하면서 이 법에 근거해 자행됐던 불임 수술 사례 조사에 나섰다. 최근 보고서가 마무리돼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제출됐다. 1000쪽이 넘는 이 보고서는 국회의장에게 제출된 뒤 정식 공개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생보호법에 따라 자행된 불임 수술은 총 2만5000여 건에 달했다. 이 중 1만6475건은 동의 없이 수술이 진행됐다. 9세 아이를 상대로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시킨 경우도 있었다. 이 법은 난관과 정관을 묶는 수술만 허용했지만 실제로는 자궁이나 고환을 적출하고 방사선을 쬐게 해 불임을 시키는 야만적 방법도 동원됐다. 본인 동의가 필요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맹장 수술을 하면서 몰래 불임 수술을 한 사례도 있었다.

강제 불임 시술 피해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잇따라 승소 판결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구마모토지방법원은 불임 수술을 당한 70대 남녀 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해 배상금 2200만 엔(약 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우생보호법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1973년 시행됐다가 1999년 폐지된 한국 모자보건법에는 유전질환자 등에 대해 강제 불임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담겼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