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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민들 “식량난에 평양서도 아사… 배고파 극단선택도”

입력 | 2023-06-16 03:00:00

英 BBC와 접경 등서 비밀 인터뷰
“갇힌채 죽기만을 기다리는 상황”
대북단체 “고난의 행군 시대 연상”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2023.4.13/뉴스1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고 북한 주민들이 밝혔다. 영국 BBC방송이 중국 접경지 등에서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과 은밀하게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14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건설노동자라는 북한 남성 A 씨는 “식량 공급 부족으로 이미 마을에서 5명이 굶어 죽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식량 부족 탓에 중국으로 몰래 넘어가려다 붙잡힌 주민 몇 명은 비공개 처형을 당했다며 “(북한에) 갇혀 죽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A 씨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자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면서 먹을 것이 없어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죽으러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양에 산다는 여성 B 씨는 이웃집에 물을 주기 위해 찾았다가 일가족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상인이라는 여성 C 씨는 “장마당 물건 4분의 3이 원래 중국산인데 (북-중 국경 폐쇄로) 현재는 전부 비어 있는 상태”라고 증언했다. 밀수품으로 생계를 꾸리던 사람들의 수입이 전부 끊겼다는 것이다. BBC는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중국 곡물 수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몰래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은 사살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경 감시를 강화해 암시장에서 팔 식품 밀수입도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 피터 워드는 “전면적인 사회 붕괴나 대량 기근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송한나 국제담당 국장은 “지난 10∼15년간 볼 수 없던 기근이 발생하고 있다”며 “북한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라고 했다. 수십만∼수백만 명이 숨진 1990년대 초중반 ‘고난의 행군’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다.

北 활주로에 ‘날개 폭 35m’ 무인기 14일(현지 시간) 미국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랩스’가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활주로에 대형 무인기(드론)가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이 무인기의 날개 폭이 약 35m로 현재까지 알려진 북한 무인기 중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플래닛랩스 제공

BBC는 북한이 지난해 탄도미사일 63발 시험 발사에 들인 비용은 5억 달러(약 6375억 원)가 넘는다며 이 돈이면 연간 곡물 부족량을 메우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