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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그랜드슬램’ 향해 태극마크 단 전설의 비보이

입력 | 2023-06-16 03:00:00

36세 김헌우, 브레이킹 초보 대표
형과 만든 ‘진조크루’ 23년째 활동… 세계 5대 비보잉 모두 우승 유일 팀
5일 加세계대회 국대 첫 우승 경험… 亞선수권 등 거쳐 파리올림픽 도전




브레이킹 국가대표 ‘윙’ 김헌우가 14일 경기 부천시 진조크루 연습실에서 바닥을 한 손으로 짚은 채 몸을 정지하는 프리즈 동작을 구사하고 있다. 23년 차 베테랑 비보이인 김헌우는 브레이킹이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초짜’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부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전 세계 비보이 중 ‘윙’ 김헌우(36·진조크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헌우는 전 세계에 한국 비보잉을 알린 인물로 통한다. 친형 ‘스킴’ 김헌준(38)과 함께 2001년 진조크루를 만든 뒤 23년째 전문 비보이로 활동하고 있다. 진조크루는 2008년 브레이크 댄스(브레이킹) 최고 권위 대회인 ‘레드불BC원’ 우승을 시작으로 전 세계 5대 비보잉 대회(레드불BC원, 배틀오브더이어, R16, 프리스타일 세션, UK 비보이 챔피언십)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현재까지도 브레이킹 세계에서 ‘그랜드슬램’에 성공한 건 진조크루뿐이다.

김헌우는 이제 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하는 ‘골든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브레이킹이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김헌우는 ‘전설의 비보이’에서 ‘초보 국가대표’가 됐다. 김헌우는 2021년 브레이킹 국가대표 첫 선발전 때는 어깨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지난해 선발전에 재도전해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브레이킹은 9월 막을 올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기도 하다.

이미 15년 전 정상을 찍은, 세 아이의 아빠인 김헌우에게 국가대표 도전은 ‘잘해야 본전’인 모험이다. 14일 경기 부천시 진조크루 연습실에서 만난 김헌우는 “적지 않은 나이라 고민이 많았다. ‘좀 더 전성기에 이런 기회가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지도자로 참가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다 핑계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후회가 덜 남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헌우는 5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막을 내린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인터내셔널 시리즈 1위에 오르면서 국가대표 생활 6개월 만에 첫 우승을 경험했다. 한국 선수가 WDSF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김헌우가 처음이었다. 김헌우는 “내가 이전에 이뤄놓은 게 아무리 많다고 해도 새 시스템에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늘 ‘초짜’라는 마음”이라며 “국가대표는 무조건 잘해야 하는 자리 아닌가. 파리 올림픽 도전을 계기로 마지막 전성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헌우는 ‘비보이’에서 ‘선수’가 된 뒤로 생활 패턴도 ‘선수처럼’ 바꿨다. 김헌우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걸 시작으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면서 매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도 이 루틴을 어기지 않았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지켜내야 뭔가를 이뤄낼 것 같아 자기최면을 걸고 있다”면서 “선수들이 왜 큰 대회를 앞두고 늘 ‘금메달이 목표’라고 말하는지도 알 것 같다. 스스로 뱉은 말을 지키겠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나 역시 출전하는 대회마다 최고의 성적이 목표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이 브레이킹을 기억할 수 있도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 아직도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걸 모르는 사람이 천지다. 당장 다음 달 아시아선수권대회부터 차근차근 노력해 브레이킹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은 다음 달 1, 2일 역시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결과까지 종합해 항저우 아시아경기 출전 선수를 최종 확정한다. 현재 남녀 국가대표 선수 각 3명 가운데 2명만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김헌우는 WDSF 랭킹(15위)이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아 아시아경기 출전이 유력하다.


브레이킹은1970년대 미국 뉴욕 거리에서 시작된 힙합 문화. 음악이 멈추는(breaking) 구간에서 춤을 춘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선수 두 명이 힙합 비트에 맞춰 일대일 춤 대결을 벌이면 심판이 창의성, 독창성, 기술력, 다양성, 수행력, 음악성 등을 기준으로 승자를 가린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2024 파리 대회에는 남녀 개인전에 금메달 두 개가 걸려 있다.




부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