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예술의전당서 ‘그림책’展 여는 백희나 작가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등, 그림책에 나오는 모형 140점 전시 “아이들 키 맞춰 전시물 높이 정해 콘텐츠가 책에 갇혀있을 필요없어… 유튜브 드라마 만들어 공개 계획”
‘백희나 그림책’전을 여는 백희나 작가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작업실에서 이탈리아의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알사탕’ 모형을 배경으로 웃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모형을 만들고 그 사진을 찍는 그림책 작업은 ‘노가다’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젊을 때 창작하고, 나이 들면 개인전을 열려고 했어요. 그런데 모형을 제가 나이 들 때까지 온전히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처럼 큰 공간에서 전시하는 기회도 흔치 않고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의 한 작업실.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묶고 헐렁한 셔츠와 바지를 작업복으로 걸쳐 입은 백희나 작가(51)가 말했다. 주위엔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연이와 버들 도령’ 등 그의 대표작에 등장하는 입체 모형이 가득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스웨덴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2020년 수상한 백 작가가 첫 개인전 ‘백희나 그림책’을 22일부터 10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연다. 개인전을 여는 이유를 물으니 그는 “이번에 안 하면 평생 못할 것 같았다”고 멋쩍어하며 답했다.
개인전엔 백 작가의 그림책 11권에 등장하는 모형 약 140점이 전시된다. ‘알사탕’에서 친구들이 먼저 말 걸어 주길 바라며 구슬치기를 하는 소년은 종이인형으로 구현했다. ‘나는 개다’에서 강아지가 뛰어다니는 골목은 골판지에 색칠하고 자동차 같은 소품으로 표현했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는 바닥에 조명을 설치하고, 투명한 아크릴판에 그린 그림을 올려 발밑에 올챙이와 개구리가 가득한 연못이 펼쳐진 듯 보인다. 실제 그림책 속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맞춰서 전시물의 높이를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책 전시를 보고 ‘나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알사탕’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수상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정말 기뻤죠. ‘알사탕’의 배경이 1970, 80년대 한국인데 서양 독자가 공감했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한국 그림책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낍니다.”
“이 작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너무 가슴 아프고 힘들었어요. 이 작가는 떠나고, 나는 살아남았구나 싶었죠. 창작자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하기보단 출판사와의 파트너로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전을 마친 후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서울 용산구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바비인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튜브 드라마를 만들어 공개할 계획이에요. 매체 환경이 변화하면서 콘텐츠가 책 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영상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림‘책’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계속할 겁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