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 각 국가 및 지역별 등급 분류. 2023 인신매매보고서 캡처.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에 대한 평가 등급을 2년 연속 2등급으로 분류했다. 북한은 올해도 역시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3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한 한국의 지위를 2등급(Tier 2)으로 평가했다. 평가대상은 미국을 포함한 188개 국가 및 지역이다.
국무부는 지난해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의 지위를 20년만에 처음으로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해 평가 대상 기간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지난 2021년 4월1일부터 2022년 3월31일까지였고, 올해는 윤석열정부 임기가 포함되는 지난해 4월1일부터 지난 3월말까지다. 한국은 2001년 처음 보고서 발간 당시 3등급을 받았으나 2002년부터 작년까지는 매년 1등급을 유지해 왔다.
국무부는 “이러한 노력에는 피해자 확인 지침 작성, 지원센터에서 식별한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통계 수집, 징역 1년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인신매매범 수 증가, 국가 인신매매 관련 핫라인 구축 등이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다만 “한국 정부는 일부 핵심 영역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부적절한 선별 절차로 일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거나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수 있으며, 당국이 인신매매의 직접적인 결과로 발생한 불법 행위를 이유로 일부 피해자를 처벌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 노동착취 인신매매가 만연하고 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를 식별하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당국자들은 인신매매를 다른 범죄와 계속 혼동하고 있으며 법원은 인신매매 관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부분의 범죄자들에게 1년 미만의 징역, 벌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선 “2020년과 비교해 인신매매 관련한 기소가 줄었고, 정부 관리들은 인신매매범들이 강제한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불이익을 줬으며 때로는 적절한 서비스나 인신매매범들을 조사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추방하는 등 장기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을 2등급으로 하향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볼리비아, 불가리아, 베트남, 이집트, 이라크, 쿠웨이트, 불가리아 등 25개국이 2등급 ‘감시 리스트’로 분류됐다.
1등급에는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핀란드, 아르헨티나, 칠레, 대만, 필리핀 등 30개국이 포함됐고, 최하위인 3등급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쿠바, 미얀마,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24개국이 지정됐다.
미 국무부는 국가의 인신매매 감시와 퇴치 노력을 1~3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1등급은 미국의 인신매매피해자 보호법(TVPA)상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나라들이고, 2등급은 정부가 미국 TVPA의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진 않았지만 이를 준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들이 해당된다. 3등급은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들로 분류된다.
다만, 2등급 중에서도 심각한 형태의 인신매매 추정 피해자가 수가 상당히 많고 관련 조치를 하지 않는 등의 경우엔 ‘감시 리스트(Watch List)’로 지정될 수 있다. 3년 연속 2등급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될 경우엔 3년차에 3등급으로 강등된다. 3등급 국가는 미국의 특정 해외 지원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평가 기간 동안 기존의 정치 탄압시스템의 일부인 수용소 및 노동 단련대, 성인 및 아동의 대규모 동원, 해외 노동자에 대한 강제 노동 부과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나 패턴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국가가 후원하는 강제 노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정부 운영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부 관리를 포함한 인신매매범들이 북한 내부와 해외에서 북한 주민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신매매법들은 북한 내에서 성매매에 있어 여성과 어린이들을 착취하고 있고, 북한 정부가 정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학에서 부과되는 수업료를 지불할 수 없는 여대생들은 성매매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국무부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8~12만명의 주민들이 수감돼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정식 기소와 유죄 판결, 선고 등 공정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아동을 포함해 수감자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장시간 벌목과 광산, 제조 혹은 농업 분야에 투입돼 강제 노동을 한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해외 노동자 대다수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계속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는 주로 식당과 공장에서 2~10만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국무부는 특히 지난 2022년 북한 노동자들이 알제리와 기니, 인도네시아, 이란, 라오스, 시리아, 태국,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을 포함한 타국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됐다며 “일부 국가들은 북한 노동자들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이동시켰지만, 일부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노동허가서 또는 기타 문서를 발행해 이들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재차 3등급으로 평가했다.
국무부는 “평가 기간 동안 신장 위구르 자치구(신장)에서 위구르인, 카자흐인, 키르기스인, 기타 소수 민족 및 종교 집단 구성원을 ‘직업 훈련’과 ‘탈교화’를 가장해 지속적으로 대규모 구금하는 등 광범위한 강제 노동에 대한 정부 정책 또는 패턴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다만 중국 정부가 새로운 여성 권리 및 이익 보호법을 채택하는 등 인신매매를 해겨랗기 위한 일부 조치를 취했다고 의미부여했다.
국무부는 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관련해 이들 사업이 강제노동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중국 및 관련국 국민, 다른 이주 노동자들은 아프리카와 유럽, 중동, 아시아, 남미 등에서 대규모 건설사업과 광산 운영 등을 진행하며 채무에 기반한 기만적 고용과 임금 착취, 장시간 노동, 자유 제약 등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아울러 “중국에서 살고 있는 많은 탈북자들이 특히 인신매매에 취약하다”며 북한 여성들은 인신매매범들로부터 성매매와 강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고, 북한 정부는 무기 개발 등을 위한 수익 창출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에서의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정부가 중국과 북한 국경 인근에 있는 탈북자들을 모니터링하고 지원하려는 유엔 기관들의 접근을 계속 제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디 다이어 미 국무부 인신매매 담당 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내 탈북자들의 인신매매 문제와 관련, “미국은 인신매매의 모든 피해자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이 보고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주된 이유는 이것이 진단 도구이자 외교적 도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이어 대사는 “우리는 이것을 다른 나라와 관여할 때 사용한다. 우리는 그것을 더 나은 서비스를 얻고, 모든 나라들의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인신매매 정책이나 패턴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나라들이 좋은 일을 하고, 확실히 나쁜 관행에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의 목적은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성공적인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각국이 미흡하고 더 노력해야 할 분야를 파악하고 궁극적으론 인신매매를 완전히 근절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