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토성 위성서 생명체 6대 원소 발견…생명체 존재할까

입력 | 2023-06-16 06:18:00

나사, 카시니 탐사선 자료 분석 결과 엔켈라두스서 '인' 발견
DNA 등 형성하는 데 필수…생명체 6대 원소 모두 확인




토성 위성 중 하나인 ‘엔켈라두스’의 바다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물질인 ‘인’이 발견됐다. 지구 밖에서 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이 발견되면서 엔켈라두스는 이른바 생명체 6대 원소인 탄소, 수소, 질소, 황, 인이 모두 발견된 최초의 외계 천체로 등극했다.

15일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2004~2017년 토성 주변을 선회하며 임무를 수행했던 ‘카시니’ 우주탐사선이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엔켈라두스에서 뿜어져나온 간할천의 얼음 알갱이에서 생명체에 필수적인 화학 원소인 인이 발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토성의 E고리에 위치한 위성인 엔켈라두스는 지구의 달보다도 6분의1 수준인 지름 500㎞ 수준의 작은 천체다. 크기로만 비교하면 한반도나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시니호는 2017년까지 임무를 수행하다가 연료 고갈로 제어가 불가능해지자 토성으로 돌진해 대기권에서 불타 소멸됐다.

당초 엔켈라두스는 수많은 토성 위성 중 하나로 학계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카시니호의 탐사로 수증기가 분출되는 것이 확인되면서 눈길을 끌게 됐다. 수증기가 있는 만큼 물의 존재가 확인됨은 물론, 수증기가 외부로 배출되기에 위성 표면의 얼음을 파고 들어갈 필요도 없어 생명체 존재 탐사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엔켈라두스 지표면 아래에는 천체 전체를 감쌀 만큼 광범위한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켈라두스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모행성인 토성의 강력한 중력이 유발한 마찰열 때문으로 추정된다.

엔켈라두스 지하에 있는 물들이 토성 중력에 의한 조석력으로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이 물이 순환하면서 암석 등과 부딪혀 마찰열을 추가적으로 발생시켰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엔켈라두스가 오랜 시간에 걸쳐 따뜻한 바닷물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도 있다.

특히 카시니호는 이 바다가 내뿜는 물기둥인 간헐천에 주목했다. 카시니호는 상공 수십~수백㎞까지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 물기둥과 직접 부딪히며 비행하면서 얼음알갱이와 물 속의 성분을 파악해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이미 나사는 엔켈라두스의 바닷속에 미네랄, 아미노산 성분 등을 포함한 유기화합물이 녹아있고, 생명체에 필요한 화학원소들이 대부분 함유돼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여기에 그간 지구 밖에서는 단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인의 존재까지 확인되면서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다. 인은 염색체와 DNA 등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며, 생명체의 뼈나 세포막에도 존재하고 있다.

엔켈라두스에서 인은 4개의 산소 원자와 1개의 인 원자가 합쳐진 ‘인산염’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나사에 따르면 엔켈라두스 바다의 인산염 농도는 지구 바다의 최소 100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엔켈라두스의 바다에서 고농도의 인산염이 확인된 만큼 나사는 태양계에 있는 다른 천체들의 얼음 바다 속에서도 인의 존재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엔켈라두스의 경우 토성과의 마찰열로 데워진 뜨거운 바닷물이 분출되는 열수 분출구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구의 바닷속에도 열수 분출구가 다양한 생물군이 살아가는 독특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만큼 학계는 열수 분출구의 여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나사는 “인은 엔켈라두스의 바다에서 잠재적으로 생명체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풍부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 생물학에 있어 놀라운 발견”이라면서도 “인 성분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이것이 외계 환경에서 생명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완벽한 증거는 아니다. 생명체가 엔켈라두스의 바다에서 기원할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태양계 행성의 위성 중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엔켈라두스 뿐만이 아니다.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의 경우 지표면 얼음층 아래 지구의 바다보다 부피가 2배 이상 큰 깊이 100㎞ 이상의 바다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로파가 태양계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천체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천문학계에서는 유로파를 비롯한 목성 위성 탐사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월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JUICE(주스, Jupiter Icy Moons Explorer)’ 탐사선을 비롯해 내년에는 유로파에 직접 착륙해 본격적인 탐사를 진행하는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까지 발사될 예정이다.

목성보다 더 먼 토성의 위성에서도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이 커진 만큼 향후 목성에 이은 토성 탐사까지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