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자인·기술 전략·방향성 발표 신규 디자인·기술 집약 ‘비전 원-일레븐’ 최초 공개 바그너·스타진스키 부사장 참석 연례 ‘디자인 에센셜’ 5번째 디자인 워크숍 벤츠 ‘럭셔리 아이콘’ 재정립 자회사 ‘야사(YASA)’ 전면에… 고성능 소형 전기모터 첫선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칼즈배드(Carlsbad) 소재 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인 넘버5(No.5)’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브랜드 디자인 철학과 방향성을 전달하기 위해 매년(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제외) 개최하는 ‘디자인 에센셜(Design Essentials)’ 프로그램 일환으로 열렸다. 벤츠는 브랜드 성공 요인 중 하나인 디자인에 중점을 둔 디자인 에센셜 프로그램을 지난 2017년부터 전개해왔다. 디자인 에센셜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디자인센터에서 열린다. 최신 디자인과 기술과 관련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해 워크숍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며 새로운 콘셉트카 공개도 이뤄진다.
○ 명품 디자인 행사 ‘디자인 넘버5’ 개최
올해는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5번째로 개최됐다. 기술 역량이 접목된 ‘아이코닉 럭셔리의 탄생’을 주제로 설정했다. 벤츠 독일 본사에서 스타 디자이너인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 디자인총괄 부사장과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Christoph Starzynski)’ 벤츠 전기차 아키텍처·E-드라이브 개발총괄 부사장이 이번 디자인 NO.5 행사 참석을 위해 미국 디자인센터를 찾았다. 행사장은 오렌지색으로 꾸몄다. 발표장 메인 무대는 물론 벤츠 직원 모두 오렌지색을 활용한 패션을 선보였다. 고든 바그너 부사장은 오렌지색 셔츠와 오렌지색 로고가 들어간 스니커즈를 착용했다. 디자인센터 정문 앞에는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와 협업한 ‘프로젝트 몬도G(Project MONDO G)’ 콘셉트와 아이코닉 클래식 모델인 300SL 걸윙, 280SL 카브리올레가 전시됐다.이날 고든 바그너 부사장은 명품 패션 아이템을 활용해 벤츠가 가진 럭셔리 아이콘 요소를 설명했다. 럭셔리 브랜드가 필수 요소로 제품과 브랜드 상징, 인물, 스타일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해 제시했다. 제품의 경우 샤넬 넘버5 향수병처럼 실루엣만 봐도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모델로 300SL 걸윙(혹은 G바겐)을 꼽았다. 또한 오렌지색 에르메스 로고처럼 삼각별 엠블럼 역시 럭셔리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주요 인물로는 패션계 칼 라커펠트처럼 자동차 역사에는 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가 독보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스타일은 루이비통 모노그램 패턴처럼 벤츠 삼각별 패턴이 브랜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가 가진 모든 요소를 갖춘 벤츠는 여전히 럭셔리 아이콘으로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췄다고 고든 바그너는 말했다. 특히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벤츠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타임리스(Timeless)’ 요소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벤츠의 럭셔리 디자인은 ‘감각적 순수미 2.0’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지난 2021년 인수한 전기모터업체 ‘야사(YASA)’도 전면에 나선다. 이날 디자인 넘버5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EQ시리즈에 탑재된 전기모터 대비 크기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야사의 ‘액시얼플럭스(axial flux)’ 전기모터를 공개했다. 동급 최고 수준 효율과 출력 밀도를 갖춘 고성능 소형 전기모터로 1개 모터가 최대 500마력까지 최고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성능 전기모터인 만큼 메르세데스-AMG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조합될 예정이다. 이번에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콘셉트카에도 해당 전기모터를 적용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챗GPT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시범 운영에 들어갔고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 상용화도 추진한다고 전했다.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은 벤츠가 2021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데 이어 작년에는 독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서 기술 승인을 획득해 내년 완전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 벤츠 차세대 디자인·기술 엿보기… ‘비전 원-일레븐’ 콘셉트 세계 최초 공개
바그너와 스타진스키 부사장이 이끄는 벤츠 최신 디자인과 기술은 콘셉트카 ‘비전 원-일레븐(VISION ONE-ELEVEN)’ 콘셉트에 집약됐다. 비전 원-일레븐은 이날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 콘셉트는 지난 1969년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브랜드 첫 콘셉트 ‘C111(C원-일레븐)’을 오마주한 모델이다. 이번 디자인 넘버5 행사 오렌지색 테마는 C111 색상을 반영한 것이다. 벤츠 C111 콘셉트는 반켈로터리엔진(Wankel Rotary Engine)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된 걸윙 스포츠카다. 3.5리터 V8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고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소재를 외관에 적용해 차체 무게를 경량화했다. 낮고 날렵한 차체에 걸윙 도어가 장착된 독특한 스타일과 화려한 오렌지색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당시 절제되고 우아한 스타일에 집중한 나머지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벤츠 디자인에 반전을 선사한 모델로 등장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고 한다. 이렇게 대담한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C111 콘셉트를 통해 벤츠는 럭셔리카 개발 역량과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다. C111은 벤츠 스타일 디자인 부활과 활성화에 기여한 모델로 꼽힌다. 이후 벤츠는 제네바모터쇼에서 C111 성능 개선 버전을 선보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4.9초, 최고속도는 시속 300km에 달했다.
디자인 넘버5 월드프리미어 행사에서는 스타진스키가 C111 콘셉트를 직접 타고 나왔다. 이어 바그너 부사장이 비전 원-일레븐 콘셉트카를 직접 몰고 무대에 등장했다. 비전 원-일레븐 콘셉트는 벤츠 특유의 원-보우 디자인을 화려하고 현란하게 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브랜드 최상위 전기 스포츠카로 만들어졌으며 감각적 순수미 2.0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기도 하다. 낮게 처진 프론트엔드와 근육질 후면까지 곡선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며 구릿빛 오렌지컬러와 엠블럼 위치, 동그란 LED 램프, 블랙 컬러 포인트 보닛 디자인, 걸윙 도어 등 C111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요소가 적용됐다. 볼륨감을 강조한 플레어윙과 과감한 형상의 디퓨저, 픽셀 타입 전·후면 램프 등도 눈길을 끈다.
비전 원-일레븐 콘셉트 공개와 함께 전용 한정판 컬렉션인 ‘리미티드 에디션1 오브 111’도 선보였다. 콘셉트카를 연상시키는 오렌지색 컬러로 포인트를 준 위켄드백과 선글라스, 스웨트 후드티, 캡 등 5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각 제품은 111개 한정 수량 판매된다. 오는 8월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고든 바그너 벤츠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비전 원-일레븐 콘셉트는 간결하고 순수하면서 동시에 힘찬 비율이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며 “감각적이면서 미니멀한 디자인 언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아이코닉 럭셔리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디자인 넘버5 행사는 월드프리미어 행사 외에 최신 차량용 증강현실 인터페이스를 소개하는 세션과 개인 맞춤 주문 방식 프로그램인 ‘마누팍투어(MANUFACTUR)’ 세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나이트시리즈 전시 세션, 블록체인 디지털 아티스트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과 협업한 전용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 공개 세션, 야사 전기모터 소개 세션, 신형 E클래스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